[사설]박 대통령 촛불민심 두렵지 않나 꼼수 거둬라

[사설]박 대통령 촛불민심 두렵지 않나 꼼수 거둬라
  • 입력 : 2016. 12.01(목)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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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9일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책임을 교묘히 회피하면서 다 내려놓은 것처럼 하고 공을 국회로 떠넘겼다. 담화발표가 있자 여당은 사실상 국회에 백지위임이며 하야라고 평가했지만 야당은 탄핵을 앞둔 교란책이며 피하기와 시간벌기를 위한 꼼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박 대통령은 솔직하지도 정직하지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책임지겠다는 각오도 없었기에 촛불민심이 더 분노했다. 사과나 담화가 아닌 반격의 기회를 노린 선언문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며 "하루속히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표정과 말투에서 초연한 척했지만 자리에 대한 집착과 결기가 느껴졌다. 박 대통령의 구상처럼 속이려고 해서 될 일도 아니고 국민도 그 꼼수나 술책에 호락호락 넘어갈 만큼 어리석지 않다. 국회에 공을 넘기고 여러 토를 달면서 마치 다 내려놓는 것처럼 할 게 아니라 촛불 민심을 직시하고 스스로 결단하고 모든 것을 깨끗이 내려놔야 하는 것이다. 사퇴할 뜻이 손톱만치도 없으면서 탄핵안 발의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여론반등을 노린 최후저항을 할 게 아니란 얘기다. 박 대통령의 꼼수에 정치권은 난리다. 국회 합의를 통한 거국내각이나 총리추천이 가능한 일인가. 여야는 고사하고 여여와 야야에서도 시각차가 뚜렷한데 빈칸의 답안지를 제출하고 국회 합의를 통해 답을 내라고 하니 말이나 되는 소린가. "내가 잘못한 게 뭔데?"라는 생각에 아직도 푹 젖어 있음이 이번 3차 담화를 통해 재확인됐다. '단 한 순간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 주변 관리를 하지 않은 잘못' 등 턱도 없는 얘기만 한다. 가까운 시일 내 여러 의혹들을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다. 끝까지 죽지 않고 뻔뻔하게 허무맹랑한 해명과 자기합리화를 꾀하겠다는 말이다.

정말 국민을 호구로 보는 박 대통령에게 더 바랄 게 없다. 헌법 1조2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상기하고 위임한 권력을 되찾아 오는 길밖에 없다. 촛불민심이 더 단호하고 그 벽은 두터워졌을 뿐이다. 여야도 초당적 합의와 협력을 통해 반전의 기회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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