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원도심 재생에 관한 소회

[한라칼럼]원도심 재생에 관한 소회
  • 입력 : 2016. 11.22(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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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제주도의 뜨거운 화두 중 하나가 원도심 재생 문제이다. 제주도는 원도심 재생을 위해 다양한 논의 속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해왔다. 지난달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계획이 국토교통부 2차 심사를 통과함으로써 그동안의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되었다. 2차 심사에서는 일부 보완 의견이 제시됐고, 도는 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참여 부족과 '개발 위주'로 사업이 편중됐다는 지적을 적극 수렴하고 사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그런데 원도심은 재생시켜야 할 정도로 낙후되고 정체된 공간일까? 재생은 죽게 됐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고, 낡거나 버리게 될 물건을 가공해 다시 쓸 수 있게 만든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제주의 원도심은 죽게 되어있는 상태이거나, 낡고 버리게 될 정도의 상태에 처해 있어야 한다.

제주의 원도심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다. 군데군데 시간이 멈춰 있는 집과 색이 바랜 건물들이 청명한 가을 하늘과 묘한 대비를 이루기도 하고 반면에 탐라문화광장이나 제주신항 등 대규모 개발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원도심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오롯이 제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많다. 최근 관광객과 이주민의 증가로 제주는 제주다움을 잃어가고 있다. 제주다움의 의미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육지와 같은 대단위 아파트·차량의 홍수·넘치는 쓰레기 등이 제주다움은 아닐 것이다.

일본의 나오시마는 재생의 다른 의미를 제공한다. 나오시마에는 웅장한 건물도, 하늘로 솟아오른 마천루도, 화려한 야경도 없지만 공동체를 복원시킴으로써 지역을 활성화시켰다. 자연과 대지를 향해 열린 미술관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예술가들이 유입됐다. 유입된 예술가들은 나오시마의 대지와 마을에서 영감을 얻고 주민과 협력해서 작품을 만들었다. 버려진 집이 작품이 되고 마을 주민이 큐레이터가 됨으로써 청년과 노인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섬에 대한 자부심을 키우고 웃는 낯으로 방문객을 맞으면서 자연히 소득이 증가했고, 늘어난 소득으로 집과 주변을 꾸밀 수 있었다. 그 결과 나오시마의 인구는 200명에서 3000명으로 증가하였다. 나오시마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창조성을 드러내고 세월과 함께 매력을 키워가는 공생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베이징 외곽의 작은 마을은 도서관 하나로 마을을 되살렸다. 마을을 둘러싼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나뭇가지로 외관을 장식한 도서관은 촘촘하지 못한 배열 사이로 자연광이 스며들고 내부는 커다란 방을 책상과 의자 없이 나무바닥으로 장식했다. 자연스러운 평화가 자리 잡은 도서관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개가 됐고 도서관은 책을 읽게 하는 장소로서만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공동체를 살리는 존재가 됐다.

제주시 원도심은 제주 고유의 특성을 보존하면서 개량돼야 한다. 주거공간은 주거의 질을 보장하면서 제주 정서가 깃들게 하고, 상업공간은 특성을 살린 독자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아도 질곡의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으며, 골목길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넘치는 소소하지만 아련하게 아름다운 장소로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굳이 원도심을 재생해야 한다면 재생의 다른 의미인 '어떤 것을 똑같이 만들거나 원래의 상태로 되돌림'의 의미와 가깝게 해야 하지 않을까. 나라가 어지럽고 평당 분양가가 1500만원에 육박하는 단지가 화제가 되는 요즘, 천천히 걸으며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더욱 그리운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문만석 (사)제주미래발전포럼 실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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