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17)]제4부 한라산 탐방문화

[제주의 자존, 한라산을 말하다(17)]제4부 한라산 탐방문화
3개 대안 놓고 종합진단… 데크시설 후 2018년 재개방
  • 입력 : 2016. 11.21(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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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남벽 탐방로. 남벽 정상 탐방로는 현재 세가지 대안을 갖고 검토중이다. 제주 세계유산본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안전성과 훼손 최소화, 자연지반, 식생의 안정상태, 겨울철 폭설에 따른 시설물 유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대안을 찾을 계획이다. 강경민기자

① 남벽 탐방로 재개방


현재 한라산 탐방로는 5개 코스에 45㎞에 이른다. 어리목과 성판악, 영실, 관음사, 돈내코 코스다. 이 가운데 정상 탐방이 가능한 코스는 성판악(9.6㎞)과 지난 10월 재개방된 관음사(8.7㎞) 탐방로 등 2개 구간이다. 한라산 정상 탐방로는 1986년 서북벽에 이어 1994년부터는 남벽이 통제됐다. 하지만 2018년이면 한라산 탐방로는 새롭게 변신한다. 계획대로라면 2018년 3월이 되면 한라산 5개 탐방로 어디에서든 정상인 백록담으로 갈 수 있게 된다. 남벽분기점에서 성판악코스의 정상이기도 한 동릉 정상 구간을 연결하는 남벽탐방로가 재개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통팔달 남벽탐방로=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남벽분기점에서 백록담 정상까지 탐방로가 개방되면 성판악, 관음사 탐방로에 이어 나머지 3곳 탐방로(영실, 돈내코, 어리목)에서도 남벽탐방로로 한라산 정상까지 갈 수 있게 된다. 남벽구간 개통으로 영실이나 어리목을 출발, 윗세오름대피소에서 2㎞ 지점인 남벽분기점을 통해 정상에 올라 관음사나 돈내코, 성판악 등지로 하산할 수 있고 반대 방향으로도 가능하다. 주민 요청으로 2008년 재개방됐지만 효과가 미미한 돈내코 탐방로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등산 취향에 따라 탐방로를 조합한 다양한 코스가 만들어지고 한라산국립공원 이외 트레일(Trail)인 한라산둘레길, 제주올레길 등과 연계한 2박 3일, 3박 4일 일정의 트레킹 상품 개발도 가능하다. 그래서 산악인들 사이에서는 남벽탐방로를 '신의 한수'로도 꼽는다.

학계·청정자문단 등 옛 탐방로 우회로 현장 답사
남벽코스 열리면 5개 탐방로 모두 정상탐방 가능


남벽탐방로의 묘미는 사통팔달 외에 탁월한 경관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계절, 장소, 시간에 따라 변하는 한라산의 다양한 경관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남벽구간은 봄이면 산철쭉과 털진달래 군락이 융단처럼 펼쳐진다. 겨울 남벽분기점 코스의 설경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서귀포시 해안선 등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효돈천 상류 '산벌른내'의 실체도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다. '산벌른내'는 '산을 쪼갠 하천'이라는 뜻으로 하천의 규모를 짐작케한다.

한라산 남벽탐방로는 1986년 개설됐다가 과도한 답압과 훼손, 낙석 등으로 1994년 자연휴식년제 도입으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2018년 재개방되면 20여년 만에 다시 드러나는 것이다. 남벽 구간이 열리면 정상으로 향하는 탐방객을 분산시킬 수 있다. 현재 성판악으로 탐방객이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교통 체증과 오수처리시설 부족, 환경오염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성판악 탐방로는 이용객이 몰리면서 주차난과 오수처리시설 과부하, 자연훼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성판악 탐방객은 2005년 23만명에서 2015년 46만명으로 갑절 늘었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제주 세계유산본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남벽탐방로 재개방을 앞둬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다. 지난해 10월 한라산 청정자문단의 답사와 자문에 이어 국립공원위원회에 보고했다. 올들어 5월에는 환경부와 문화재청 등 관련 중앙부처와 협의했다. 지난달 31일과 이달 15에는 남벽분기점에서 동능 정상 구간에 대한 안전관리진단을 위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안전진단에는 제주대학교와 국제대학교 지질·토목 전문가와 지질기술사를 비롯해 청정자문단이 동행했다. 진단은 탐방로 경사도와 구조, 지반, 식생복원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지고 있다.

남벽 정상 탐방로는 현재 세가지 대안을 갖고 검토중이다. 출입통제된 남벽분기점에서 구 탐방로를 따라 정상으로 연결하는 방안(0.7㎞), 남벽분기점에서 성판악코스(1800고지)를 연결하는 방안(약 1㎞), 남벽분기점 아래 평궤대피소에서 성판악코스(1800고지)를 연결하는 방안(약 1.5㎞) 등 모두 세개의 구간이다.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는 안전성과 훼손 최소화, 자연지반, 식생의 안정상태, 겨울철 폭설에 따른 시설물 유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대안을 찾을 계획이다.

한라산국립공원 측은 전문가 자문과 안전진단, 환경단체 등이 참석하는 합동연찬 등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 후 환경부,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빠르면 2018년 3월 남벽탐방로를 재개방할 예정이다. 남벽구간에 낙석을 방지하고 식생 등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는 목재 데크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기반 편의시설도 단계적으로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문화재보호구역이기 때문에 문화재현상변경허가 절차도 밟아야 한다. 특별취재팀=강시영 선임기자·강경민·김지은·김희동천·채해원·강경태·강동민기자



자연휴식년제 도입 30년


서북벽 탐방로 첫 적용 후 영구폐쇄


한라산 정상 탐방로는 지금으로부터 30년전 자연휴식년제 도입과 더불어 큰 변화를 맞는다. 한라산국립공원내에 자연휴식년제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86년 5월 1일이다. 한라산 자연휴식년제는 국립공원내 등산로 중 해발 1700m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서북벽 정상 일대까지 2㎞를 출입제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사실상 시작됐다.

한라산은 1970년대 이후 이용객의 급증과 체계적인 보호의 미흡으로 극심한 훼손과 등산로 주변의 식생 훼손도 급속한 확장을 초래하게 되었다. 더욱이 한라산 상징인 정상부 백록담 일대는 과밀등산과 풍화작용 등으로 파괴가 급속히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자연휴식년제는 탐방객의 집중 이용으로 훼손이 심한 등산로, 산정상부, 계곡 또는 보호 필요성이 있는 희귀 동·식물 서식지에 대해 일정기간 사람의 출입을 금지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서북벽코스가 폐쇄되면서 대체 등산로로 개설한 것이 남벽순환탐방로다. 남벽순환로는 윗세오름~백록샘~방아오름~남벽분기점~남벽정상을 연결했었다. 하지만 한라산 탐방객들의 기하급수적인 집중현상으로 1994년 남북정상 사면붕괴사태가 발생하면서 남벽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모두 폐쇄됐으며 이 때 돈내코 탐방로와 남벽순환로도 통제되기 시작했다.

이후 서귀포시민들의 강력한 요구로 돈내코 탐방로와 남벽순환로가 15년만인 2009년 12월 재개방됐다. 당시 제주자치도 환경자원연구원 조사결과 남벽순환로는 휴식년제 실시 이후 전체적으로 자연에 가까운 매우 양호한 환경조건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남벽순환로를 재개방하면서도 남벽 정상 구간은 개방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귀포시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돈내코탐방로는 대중교통 등 접근성이 취약하고 탐방객 분산 효과가 크지 않았다. 지역경제에도 그다지 활력을 주지 못했다. 지난해 돈내코 코스를 이용한 탐방객은 7000명에 그쳤다. 이는 재개방 당시에도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20여년만인 오는 2018년 남벽탐방로를 재개방하려는 것은 탐방객 분산과 기존 탐방로의 훼손 방지, 그리고 탐방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남벽탐방로는 지반이 약하고 훼손지 식생복원도 진행중인 곳이다. 이 때문에 재개방에 앞서 철저한 안전진단과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 등에 대한 종합적 대책이 요구된다.

남벽탐방로가 열리면 성판악코스 쏠림 현상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접근성과 한라산의 비경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는 영실과 어리목코스를 따라 정상 탐방객이 몰릴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이 구간의 탐방객들을 어떻게 조절하느냐도 과제다. 공원측은 입장료 징수와 더불어 정상 사전예약제도 검토중이다. 재개방에 앞서 이런 부분들에 대한 전문가 자문과 철저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강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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