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규모보다 내실, 이제는 작은 문화공간을 만들자

[문화광장]규모보다 내실, 이제는 작은 문화공간을 만들자
  • 입력 : 2016. 10.25(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2016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제주도는 인구 100만명당 미술관 수가 30.43개다. 전국에서 가장 많으며, 이는 서울과 비교해 봤을 때 10배 정도 많은 숫자다. 박물관 수도 인구 100만명당 10.09명으로 서울과 비슷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서울시민보다 제주도민이 예술을 접할 기회와 누릴 경험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제주도의 면적과 서울의 면적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제주도 면적은 서울 면적보다 약 3배 정도 크다. 즉 면적당으로 계산하면 미술관과 박물관 수는 6배 정도 서울이 많다.

미술관과 박물관의 위치도 접근성에서 중요한 요소다. 서울의 경우 미술관과 박물관은 거주인구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있지만, 제주도는 사람이 많지 않은 농촌이나 중산간 지역에 세워진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람들은 미술관과 박물관에 가기 위해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 결국 제주도민들이 미술관과 박물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서울시민보다 멀리 움직여야 하며, 자동차가 필요하다. 자동차를 빌려 어디든 갈 준비가 되어있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제주도 대부분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지어졌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주도민이 문화와 예술을 누릴 기회를 더 많이 얻게 하려면 미술관과 박물관을 더 많이 지으면 된다. 그렇지만 꼭 미술관이나 박물관이어야만 할까? 미술관과 박물관은 건물을 짓고 유지하는데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건축비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1039억원, 대구시립미술관은 675억원, 제주도립미술관은 182억원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작품구입비를 제외한 2016년 예산은 국립현대미술관 330억원, 서울시립미술관 101억원, 대구시립미술관 100억원, 광주시립미술관 86억 원, 부산시립미술관 66억원, 대전시립미술관 46억5000만원, 제주도립미술관 43억5000만원, 경남도립미술관 28억원이다.

서울 같은 도시 즉 인구밀집지역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하나 지으면, 그곳을 이용하는 시민의 숫자가 많으므로 많은 예산이 들어도 건물을 크게 짓는다. 그러나 제주도같이 넓은 지역에 사람들이 흩어져 사는 경우는 반대로 작게 많이 지어야 지역주민의 예술 향유기회를 늘릴 수 있다. 따라서 이제 제주도는 규모가 아닌 밀도와 내실 있는 문화와 예술의 지형도를 만들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30평 정도 규모의 문화공간을 짓는다고 할 경우, 제주도립미술관 건축비로 90개의 마을에 문화공간을 하나씩 지을 수 있고, 제주도립미술관 한 해 예산으로 작은 문화공간 하나를 20년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을마다 생겨난 작은 문화공간들은 다양한 성격의 예술이 존재하는 특색 있는 제주도 예술의 풍경을 만들 것이다.

미술관과 작은 문화공간의 역할은 분명 다르다. 따라서 미술관이 필요 없다기보다 작은 문화공간 역시 필요하다는 말이며, 특히 제주도의 경우 더욱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마을마다 문화공간을 만드는 것도 미술관과 박물관을 짓고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특히 마을마다 문화공간을 만들 경우 기획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작은 문화공간이 세워지고 유지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과 지원 역시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마다 작은 문화공간이 생겨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841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