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사위 처분보다 '행정의 무책임'이 우려된다

[사설]감사위 처분보다 '행정의 무책임'이 우려된다
  • 입력 : 2016. 09.27(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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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중도에 백지화된 곽지과물해변 해수풀장 조성사업은 결코 작은 사업이 아니다. 국비 3억원과 도비 5억원 등 8억원을 들여 곽지해변 백사장에 2000㎡ 규모의 해수풀장을 만드는 사업이다. 그런데 행정이 이렇게 허술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미 3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70%의 공정률을 이룬 해수풀장사업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문제의 곽지해수풀장사업은 행정절차를 무시한 채 공사를 진행하면서 불거졌다. 제주참여환경연대는 당시 원희룡 도지사와 제주시 해양수산과를 제주특별법 및 국토계획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곽지과물해변은 지구단위계획구역이기 때문에 새 건축물을 지으려면 환경·경관 등 변경계획에 대한 허가를 받고, 또 관광지 조성 계획도 승인받아야 한다. 하지만 제주시는 이같은 행정절차를 어겼다가 제주도로부터 공사 중지명령을 받고 지난 6월말 원상복구가 이뤄졌다.

결국 제주도감사위원회가 감사에 나서 담당 공무원들에게 거액의 변상조치 결정을 내렸다. 감사위는 행정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제주시청 담당 주무관·계장·과장에게 경징계 처분과 함께 각각 1억2100여만원, 국장에게는 훈계 처분과 8500여만원의 변상명령을 도지사에게 요구했다. 그러자 제주도가 감사위의 결정에 불복해 곽지해수풀장 담당 공무원 4명에 대한 변상명령 요구를 재심의해 달라고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감사위 감사 결과가 나온 후 제주도가 보인 행태부터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감사위의 변상조치가 내려지자마자 원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부적절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사가 대놓고 감사위를 무력화시키는 것처럼 비쳐진다. 툭하면 감사위의 독립성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원 지사의 의견 표출은 경솔한 짓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감사위의 조치가 하위직만 책임을 물은데다 변상금도 과다하다는 점을 모르지 않는다. 원 지사도 곽지 해수풀장 문제가 터지자 즉각적인 원상복구와 함께 책임자 처벌을 지시한 바 있잖은가. 그래놓고 감사위의 처분을 비판하고 재심의를 요청한 것은 감사위 조치의 적절성을 떠나 '행정의 무책임'을 두둔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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