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생활]불안장애가 뭐길래

[건강&생활]불안장애가 뭐길래
  • 입력 : 2016. 08.31(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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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답답해요. 이러다 죽을 것 같아요", "무언가 안 좋은 일이나 끔찍한 일이 생길 것 같아 무서워요",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떨리고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아무 생각도 안 나요"

사람들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가 다양한 종류의 불안이다. 최근 자신의 공황장애나 불안 장애를 밝히는 연예인이 늘어나는 것 역시 불안과 연관된 질병이 매우 흔한 현상임을 보여준다.

정신의학적으로 불안 장애에는 분리 불안장애, 특정 공포증(고소, 밀폐, 동물, 주사 등에 대한 공포), 사회 공포증, 공황장애, 범불안장애 등이 포함된다. 분리 불안 장애는 친밀한 대상과 떨어지기를 극도로 두려워하고, 밀폐 공포증은 좁은 공간에서 갇혀 있는 듯한 답답함이 공포스럽다. 사회 공포증은 다른 사람에게 주목받는 상황에서 두근거리고 목소리가 떨리며 얼굴이 붉어지고 땀을 흘리거나 몸을 떠는 현상이 나타나거나 그런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 두렵다. 공황장애는 호흡이 답답해서 질식할 것 같거나 어지러워 정신을 잃고 쓰러질 것 같은 극도의 불안에 휩싸이며, 범불안장애는 본인이나 가족의 안전이나 건강, 경제상태,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에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불안으로 노심초사한다.

이렇게 외견상 다른 특징을 보이는 다양한 불안 장애들에는 한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이 모든 불안의 근원에 죽음에의 공포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육체적 죽음뿐 아니라 사회적 죽음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특정 공포증이나 공황장애의 경우 질식이나 심정지로 인한 죽음을 떠올리며 두려워하지만 사회 공포증에서는 남들 앞에서 다시는 얼굴을 들 수 없게 되는 사회적 죽음을 예상하며 불안에 압도된다. 남들에게는 별것 아닌 상황에서도 갑작스러운 공포와 이와 관련된 이상 신체 반응이 일어나므로 불안 장애를 앓는 이들의 삶은 매우 고통스럽다.

사실 불안 그 자체는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정서 중 하나다. 그러기에 전혀 불안하지 않은 인간이란 사망했거나 심각한 뇌 손상을 입은 인간뿐이다. 그런데 왜 누군가는 불안으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겪는 장애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일까? 이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성향·체질, 후천적 경험들, 환경의 영향 등이 종합된 결과이다. 외부적 요인 중 명확히 밝혀진 것은 과음이나 고농도의 카페인 섭취가 불안장애의 발생과 악화에 이바지한다는 것이다. 알코올은 일시적으로는 불안을 낮추고 심신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어 불안증을 앓는 사람들은 종종 음주로 불안을 달래기도 한다. 하지만 알코올은 섭취 후 분해·대사되는 과정에서 심장박동과 혈압을 올리고 더욱 심한 불안을 야기한다. 그러니 불안증을 앓는 사람에서의 음주는 잠시의 달콤한 위안을 주는 독약인 셈이다.

그렇다면 치료법은 무엇일까? 가장 빠르고 간편한 방법은 불안을 낮추는 약을 먹는 것이다. 정신과 약물에 대한 일반인의 두려움과 달리 약물치료는 매우 효과적이며 세심히 조절하면 대개 별다른 부작용 없이 증상을 완화한다. 여기에 복식호흡과 같은 이완 요법을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보다 차원 높은 근본적인 치료는 불안을 그리고 육체적, 사회적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고 그때를 알지 못한다. 또한 아무리 노력해도 인간은 무지하고 무능하며 보잘것없는 존재다. 안 그런 척 애쓸 뿐이다. 그러니 우리의 안쓰러운 불안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떨리는 채 살아가는 것이다. 언제나 북쪽을 찾기 위해 떨리는 나침판처럼. <신윤경 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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