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논분화구 프로젝트/ 세계의 보물로](4)한반도 최대 분화구와 화구호

[하논분화구 프로젝트/ 세계의 보물로](4)한반도 최대 분화구와 화구호
500년 전까지 희귀하고 아름다운 경관 드러냈던 마르 호수
  • 입력 : 2016. 08.29(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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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본 하논. 한반도 최대 규모의 마르형 분화구로 약 500년전까지도 세계적으로 희귀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드러냈던 곳이다. 강경민기자

지구환경 변화 기록된 독보적 자원 평가
경작 등으로 화구호와 천연 식생 사라져

한반도 최대 규모의 마르형 분화구인 하논은 약 5만년 동안의 다양한 지구환경의 변화가 기록된 독보적인 자원으로 최근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복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서귀포시 중심권에 자리 잡은 하논 화산 주변에는 완경사의 화산구릉과 평탄지와 북쪽에서 동쪽으로 에워싸며 흐르는 호근천의 하곡이 형성돼 있으며 호근천은 바다에 이르러 천지연폭포가 된다. 또 하논은 원형에 가까운 분화구와 경사지는 방사상으로 완만한 외륜부로 구성돼 있다. 외륜부의 서쪽 사면은 저지대까지는 보다 연장성 있게 발달돼 있으며 해발고도가 가장 낮은 외륜부의 동쪽의 협소하게 개방돼 농수로가 형성돼 있다.

하논 분화구 내부는 평탄한 바닥을 형성하며 남쪽에는 5개의 크고 작은 소규모 언덕 형태의 지형을 가지고 있다. 분화구 내부의 중앙과 남쪽 부분에는 2개의 원추형 분석구와 다수의 봉우리를 갖는 구릉 형태의 분석구가 발달돼 있다. 원추형 분석구는 기저의 너비가 100~180m, 비고는 20~25m에 달한다. 분화구의 남쪽 부분에 형성돼 있는 불규칙한 구릉형 분석구는 비고가 5~15m 정도로 비교적 낮고 완만한 사면을 형성하고 있다.

하논 화산은 분출 이전의 지표면 아래로 파여 형성된 분화구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응회환으로 구성돼 있고, 화산의 형성 이후 분화구가 물로 채워져 호성퇴적작용이 일어났기 때문에 하논분화구는 마르(maar)로 분류된다. 마르는 현무암질 마그마의 수증기-마그마성 분출에 의한 화산폭발로 기존의 지표면이 깊게 패여 분화구가 형성된다. 백두산 천지나 울릉도 나리 분지는 화산 분출 직후 지하 마그마 방의 함몰로 형성된 칼데라이기 때문에 하논분화구와는 지질학적으로 분명히 구분된다. 따라서 하논은 한반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마르형 분화구이다.

하논은 약 3만4000년 전 화산 활동 당시 해수면보다 130~150m 높은 내륙지역의 지하 깊은 곳에서 마그마가 지하수층과 만나 순간적으로 강력한 수성화산 폭발이 일어났다. 또 하논 응회암 내에 포함된 이질 입자(기반암편)는 각수바위조면안산암과 천지연조면안산암의 하부에 분포하는 정방동조면현무암과 지화학 성분이 유사한 것으로 볼 때, 하논 화산의 폭발 심도는 비교적 깊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폭발 과정에서 대규모의 분화구가 지표면 아래로 파였고 분화구 주위에는 화산분출물이 쌓여 마르가 형성됐다. 하논 마르 퇴적층은 고기후·고생물의 정보가 잘 보존돼 빙하기를 포함한 수 만년 동안의 지구환경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동아시아의 기후 흐름.

지하수가 고갈되거나 화구로의 유입이 차단되면서 화산 분출은 스트롬볼리형 및 하와이형 분출로 바뀌어 분화구 중앙에 분석구와 화구호가 만들어졌다. 분화구에 호수가 있고 섬(분석구)이 있는 하논 마르는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이전까지는 세계적으로 희귀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드러낸 마르 호수였다. 하지만 하논은 독보적인 가치에도 불구, 오랜 경작으로 분화구 화구호와 천연의 식생이 사라진 상태이다. 또 지지부진한 복원 대책과 주변 도로 개발 등으로 그 원형을 갈수록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별취재팀=강시영 선임기자·이현숙·강경민·이태윤·김희동천기자

◇자문위원=김은식 교수(국민대, 복원), 김찬수 박사(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 식물), 양영철 교수(제주대, 제도 정책), 윤석훈 교수(제주대, 지질), 이석창 대표(하논범추위, 총괄)



동북아 주변 퇴적환경 연대 측정 열쇠

5만년간 기후변동 과정 규명
미래기후 예측할 수 있는 곳


제주도는 지정학적으로 한반도, 중국, 일본 등 극동지역의 중앙부에 자리 잡고 있는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제주도는 또한 동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동쪽으로는 일본의 큐슈지방, 서쪽으로는 중국 본토, 북쪽으로는 남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지역으로 계절에 따라 대륙성과 해양성의 기후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제주도는 해양성 열대기단과 대륙성 열대기단의 영향을 받게 되며, 봄과 가을에는 주기적으로 중국 남동부지역에서 이동해 오는 기압골과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받는다. 하절기에는 우리나라에서 남서몬순의 영향을 제일 먼저 받는 곳으로서 장마와 태풍의 길목이 된다.

한랭다습한 오호츠크해기단과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기단이 충돌하면서 장마전선이 제주도 남부로부터 북상하는데, 이 시기에는 대기의 상층부에 있는 제트기류가 남하해 폭우가 발생한다. 반대로 오호츠크해기단이 강화돼 가뭄을 지속시키기도 한다. 겨울철에는 북서쪽 대륙성기단의 해양을 지나면서 약화돼 변질된 찬기단의 영향을 받는다.

제주도는 또한 온난한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으로 태평양 서쪽 바다 표면의 온도 변화에 가장 빨리 반응하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러한 제주도에 속해 있는 하논분화구는 다양한 환경인자를 갖고 있음에 따라 동북아 주변의 퇴적환경의 해석과 연대를 측정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고기후를 분석해 과거 5만년 동안의 동아시아 지역의 기후변동 과정을 상세히 규명할 수 있으며, 이를 연구해 미래기후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다.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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