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시선]안전후진국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나아가자

[현장시선]안전후진국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나아가자
  • 입력 : 2016. 08.26(금)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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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영화 '터널'의 "대한민국의 안전이 또다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는 새로 완공된 터널입니다!"라는 앵커의 대사가 낯설지 않은 것은 멀리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가깝게는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 사고, 남양주 지하철 건설현장 폭발사고 등 그동안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했던 여러 인재상황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전체 산업의 평균 재해율은 0.5~0.65%인데 반해 건설현장은 0.73~0.92%에 달하고 있다. 최근 8년간 하락세를 이어오던 산업재해지표가 올해 상반기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건설업 공사 물량이 크게 늘면서 크고 작은 건설현장 사건·사고로 건설업에서 재해율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건설업의 재해율이 높은 원인을 영세한 소규모 건설현장과 지자체 민간보조 사업에서 찾고, 해결책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첫째, 영세한 소규모 건설현장은 상대적으로 안전에 취약하다. 그동안 국토부의 안전관리제도는 대규모의 인적·물적 피해가 예상되는 50억 원 이상의 중대형 공사에 집중됐다. 착공 전 안전관리계획 역시 10층 이상 건물이나 10m 이상 굴착공사에만 의무화되어 있고, 안전 취약시기에 실시하는 정기안전점검도 공공발주공사와 대규모 민간공사 위주로 진행되어왔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일부 현장만을 위한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 전체 건설현장수는 38만개로 이 가운데 50억 미만의 소규모현장은 35만개에 달한다. 재해예방활동은 산재다발분야부터 우선 집중해야 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일본은 과거 약 15여년 장기간에 걸쳐 소규모 건설현장 사망재해를 약 80% 감소시켰다.

우리 정부도 다행히 지난 6월 '건설현장 취약 요인별 맞춤형 사고예방 대책'을 마련했다. 20억 원 미만 공사를 대상으로 추락예방시설 설치비용 지원사업 규모 확대, 안전교육실시, 안전관리계획 상시점검반 운영, 안전보건지킴이 소규모 공사현장에 집중 배치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소규모공사장을 정부에서 컨트롤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사업주체인 발주자와 공사의 안전을 책임지는 시공자가 경제 논리보다 안전문화실천 확산 등을 통해 건설근로자의 안전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요즘 논란이 많은 지자체 민간보조사업이다. 공사 실행 단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사비가 책정되어서 유찰 사태는 물론, 낙찰업체가 적자시공이 불가피함에 따라 공사를 포기하고 입찰보증금을 날려야 하나 고민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대부분의 민간보조사업이 지자체에서 입찰을 대행하는지라 일단 지자체를 믿고 투찰 후 낙찰자로 결정되면 설계내역서를 검토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이다. 하지만 정작 낙찰자들은 적자시공을 면하기 위해 자재를 속이거나, 공기단축을 위해 설계내역을 누락시키는 방법밖에 없어 부실시공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각 지자체들은 민자사업 발주 시 국비 등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지자체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의 안전 확보와 건설업체의 피해예방을 위해 가격적정성을 검토한 후 발주하기를 바란다.

사고는 한순간에 희망과 행복을 무너뜨린다. 안전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할 수 없는 인류의 핵심가치이다. 발주자·시공자·작업자 등 건설공사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기본과 원칙을 지키고,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하여 건설안전 선진국이 되도록 하자. <이시복 대한건설협회제주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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