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식물도 동물도 아닌 것이 쓸모있네

[책세상]식물도 동물도 아닌 것이 쓸모있네
우리나라에 나는 125종 '버섯 도감'’
  • 입력 : 2016. 08.26(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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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은 생물 분류학상으로 식물도 동물도 아닌 제3의 생물인 균류다. 식물도 동물도 아니여서 생태계에서 수행하는 역할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균류로서 버섯은 동물과 식물이 만들어내는 유기물을 분해해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먹을거리로서 버섯의 역할보다 자연에서 생태계를 순환시키고 균형을 이뤄주는 환원자로서의 역할이 더 크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

버섯은 우리나라 학계에 보고된 것만도 1900종이 넘을 만큼 다양하고 생김새가 비슷한 것도 많다. 같은 종이라도 나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크기나 빛깔, 생김새가 다르다. 똑같이 보이는 버섯이라도 현미경으로 포자를 살피거나 유전자 검사까지해야 정확하게 가릴 수 있을 만큼 분류하고 이름을 붙이는 일이 까다롭기까지 하다. 그런 버섯 중에 상당수는 맛이 없거나 독이 있어서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모든 버섯은 지구에 나날이 쌓이는 유기물 쓰레기를 분해해 동물과 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무기물로 만들어 되돌려준다. 생태계가 끊임없이 순환할 수 있도록 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사진으로 버섯을 보여주는 다른 도감과 달리 세밀화로 버섯을 보여준다. 2007년부터 10년 동안 생태 그림 작가인 권혁도, 김찬우, 이주용, 임병국이 양주와 남양주, 안동, 양평, 수원 융건릉, 광릉, 관악산, 치악산, 오대산, 한라산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 버섯을 찾아다니면서 직접 관찰하고 자료를 수집해 그림을 그렸다. 단 몇 시간 만에 피었다 사라지는 노랑망태버섯을 찾아갔을 때는 이미 시들어 버려서 다시 한 해를 기다려 같은 장소에서 피어난 것을 취재했다. 한철 잠시 나는 버섯이 가뭄으로 자취를 감추면 한 해고 두 해고 기다렸다가 겨우 만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버섯 가운데 125종을 뽑아 보여준다. 먹을거리로만 알았던 버섯이 생태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고 분류, 생김새와 구조, 한살이 정보도 설명한다. 버섯의 역사와 독버섯의 정보를 통해 버섯이 우리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지도 짚어본다.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버섯을 아름답고 흥미롭게 담아내 온 식구가 함께 보며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세밀화로 그린 보리 큰도감' 시리즈 가운데 하나다. 석순자 글, 권혁도 외 그림, 김양섭 감수. 보리. 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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