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절벽길 따라 걸으며 만나는 지질학

해안 절벽길 따라 걸으며 만나는 지질학
수월봉 트레일 행사에 지질 탐방 진행
  • 입력 : 2016. 08.14(일) 17:59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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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전문가 탐방 진행을 맡은 전용문 박사가 화산 분출에 얽힌 수월봉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강경민기자

"지질학은 결코 어려운 게 아닙니다. 여러분의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런 기회가 적을 뿐이지요."

지난 13일 '2016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수월봉 트레일' 행사의 하나로 진행된 지질 탐방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전용문 박사가 말했다. 전 박사는 탐방객 30명과 수월봉 엉알길을 따라 걸으며 오롯이 남은 화산 분출의 흔적을 풀어놓았다.

탐방객들은 푸른 바다를 옆에 끼고 해안 절벽을 따라 선명히 모습을 드러낸 화산재 지층을 눈에 담았다. 걸음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바다 위로 떠오른 돌고래 떼가 탐방객을 반겼다.

그저 지나쳤더라면 보이지 않았을 것들이 설명을 들으며 걸으니 새롭게 다가왔다. 지질 탐방에 나선 계기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지질 탐방에 참가한 고희정(47·제주시 삼도동)씨는 "이전에도 수월봉을 찾은 적이 있지만 무심코 지나다 보니 특별하게 남는 게 없었다"며 "전문가의 설명으로 아이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것을 조금 더 잘 알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전 박사의 안내를 따라 탐방객은 주상절리와 녹고물 등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봤다. 절벽 사이로 흐르는 샘물인 녹고물 앞에선 전설에 숨은 지질학적 원리를 되짚기도 했다.

전 박사는 "녹고물은 병든 어머니를 낫게 할 약초를 구하려다 누이 수월이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자, 동생 녹고가 흘린 눈물이라 해 '녹고의 눈물'이라고 불린다"며 "실제는 해안 절벽의 화산재 지층을 따라 내려온 빗물이 지층 아래 진흙으로 된 '고산층'이라는 불투수성 지층을 통과하지 못해 흘러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탐방이 끝나는 지점인 수월봉 입구에 도착하자 수풀에 우거졌던 해안 절벽이 더 또렷이 화산재 지층을 드러냈다. 수많은 물결이 하늘을 향해 포개져 있는 듯했다. 전 박사는 이를 "화산재의 압권"이라고 표현하며 "지층이 부드럽게 형성된 것은 화산재가 굳어지지 않았을 때 한 번에 쌓였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탐방객들은 수월봉 분화구 찾기에 나서기도 했다. "수월봉에 분화구는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에 여기저기로 바삐 눈을 돌렸다. 정답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닷속. 전 박사는 "화산체가 굳지 않은 상태에서 해수면이 상승해 화산재가 모래성을 쌓은 것처럼 쓸려 나갔고, 현재는 화산체의 가장자리 끝 부분만 남게 됐다"며 "같은 수성화산인 제주 송악산의 미래가 수월봉"이라고 덧붙였다.

함께 탐방을 마친 안지인(37)·최희성(30)씨는 "그냥 지나갔더라면 단순히 '지층이구나'하고 넘길 것을 자세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전문가 탐방은 오는 20일 오후 1시 생태 탐방과 21일 오후 2시 역사·문화 탐방으로 이어진다. 참가를 원하면 사전에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문의 750-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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