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환경 위기… 협력적 리더십으로 넘자"

"경제·안보·환경 위기… 협력적 리더십으로 넘자"
제주포럼 둘째날 세계 지도자 기조연설·토론 진행
  • 입력 : 2016. 05.27(금)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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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포럼을 찾은 세계 지도자들은 전 세계가 처한 경제·환경·안보 위기 상황을 강조하면서도 국가간 협력이 전제된다면 또다른 진보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경민기자

반 총장, 아시아 역사적 유감 넘어 미래 지향 강조
원 지사, 공존·협력하는 제주 평화 실크로드 제안

올해 제주포럼에 참석한 세계 지도자들은 하나 같이 전 세계가 처한 경제, 환경, 안보 등의 위기 상황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국가 간의 협력이 전제된다면 또 다른 진보를 이끌 수 있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제11회 제주포럼 둘째 날인 26일 개회식에서는 이 같은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올해 포럼의 큰 주제이기도 한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을 놓고 기조연설에 나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국무총리,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 짐 볼저 전 뉴질랜드 총리,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 엔리코 레타 전 이탈리아 총리는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저마다의 의견을 제시했다. 개회식에 이어 같은 주제로 진행된 세계지도자세션에선 토론의 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반기문 총장은 개회식 기조연설에서 핵 실험, 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북한의 행보에 대해 "아시아 국가의 글로벌 행동과 역내 협력 등에 우려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반 총장은 아시아 국가 간의 주요 이슈로 글로벌 행동, 역내 협력, 한반도 안정, 모두를 위한 인권을 거론하며 "이 이슈들은 상호 연결돼 있다. 이에 대응할 수 있다면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인 모두가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행동의 일환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가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조속히 비준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반 총장은 역내 협력 방안에 대해 "아시아는 과거에 역사적인 유감을 넘어 미래를 지향해야 한다"며 "아시아가 각국의 영토 분쟁과 국경 문제에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력적인 분쟁을 통해선 승자가 나올 수 없다"며 "잃어버린 세대가 나올 수 있고 빈곤이 심화될 수 있다. 조국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져야 하지만 민족주의가 아니라 애국주의여야 한다"고 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는 과거 전쟁과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청산하고 화해해야만 아시아 국가 간의 평화로운 협력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최근 아베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에 사죄하고 10억엔을 한국 정부에 기탁하면서 한·일 외무장관 합의 발표가 이뤄졌다. 이번 합의로 한일관계가 다시 정상화되길 기대한다"면서도 "일본은 역사에 대한 반성을 원칙적인 인식에 머무르지 않고,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 피해자에 대한 사회와 속죄하는 노력을 통해 나타내야 한다"고 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는 "과거 노예제도는 합법이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점차 범죄로 인식되면서 최근 대부분의 나라에서 처벌을 받는다"며 "인식이 바뀌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전쟁도 범죄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 간의 갈등과 분쟁은 협상과 제3자를 통해 중재되는 국제 법정을 거쳐 전쟁을 선택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짐 볼저 전 뉴질랜드 총리는 "2025년 이후 석유·디젤 자동차 구매를 불법화하는 법률을 통과시킨 네덜란드 사례 등을 보면 세계 여러 국가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을 시급한 과제로 삼고 있다"며 "모든 국가가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위협에 대응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촉통 전 싱가포르 총리는 아시아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아시아 경제가 성장 동력을 유지하고, 세계 경제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에 적응할 수 있다면 2050년쯤 아시아는 세계 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리코 레타 전 이탈리아 총리는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의 적극적 대응으로 만들어진 파리 기후변화 회의의 훌륭한 성과를 올린 사례 등을 비춰봤을 때 아시아와 유럽은 정해진 규율의 범위 내에서 합의를 통해 국제적 무질서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희룡 도지사는 이날 개회사를 통해 아시아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제주 평화 실크로드'를 제안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일 년 전 제10회 제주포럼에서 밝혔던 새로운 평화 개념을 다시 한 번 꺼내들며 "제주가 추구하는 새로운 평화는 제주의 대자연이 선사하는 '치유의 평화', 이해 관계를 넘어 다름을 포용하는 '관용의 평화',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 전 과정이 평화롭게 이뤄지는 '에너지 평화'다. 새로운 평화는 실천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확산시키면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면서 평화를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라며 "이미 제주는 평화 산업의 첫발을 뗐다"고 자신했다.

원 지사는 제주형 평화산업으로 '카본프리 아일랜드(탄소 없는 섬) 제주' 프로젝트를 들며 "이는 제로섬이 아니라 논제로섬의 평화이다. 청정과 공존의 가치에서 이러한 '논제로섬 평화'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앞으로도 평화의 섬 제주는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기술은 물론 시행착오까지 아시아 나라들과 함께 공유해 나가면서 아시아의 빛나는 존재로 거듭날 것"이라며 '평화의 실크로드'를 제안했다.

원 지사는 "제주는 공존과 협력의 미래로 가는 평화의 실크로드를 만들고 이어나가고자 한다"며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해상과 육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도 공존,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평화산업을 실어 나르는 제주의 평화 실크로드는 제주를 출발해 아시아 모든 국가로 평화가 녹아드는 실핏줄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아울러 제주포럼은 평화 담론의 지적 용광로로서, 평화 실천의 인큐베이터로서, 평화 자본을 만들어 가는 평화 기업가로서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에는 동북아역사재단의 '동아시아 역사문제와 리더십', 국립외교원의 '새로운 한·중·일 협력관계 구축', 제주대학교의 '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와 협력적 리더십을 위한 고등교육의 역할' 등의 세션이 진행됐다.

김지은·이태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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