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메카 제주'의 허와 실] (2) 전기차 직접 타보니…

['전기차 메카 제주'의 허와 실] (2) 전기차 직접 타보니…
지난해 중순 차량 인도… 충전기는 올해 3월에야 받아
  • 입력 : 2016. 05.25(수) 00:00
  • 최태경 기자 tkcho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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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에 전기차가 늘고 있지만 충전기 보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운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진은 제주종합경기장 수영장 인근의 유료 급속충전기.

구매 결정적 요인은 보조금… 운전자들 소음·새차 효과 등 만족
완속충전기 제때 보급안되면서 공공기관 등 충전기 사용 일상화
충전시간·주행거리 불편… "충전·정비 인프라 우려 불식시켜야"

오후시간 회사에 출근하는 이소라(가명)씨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전기차를 몰고 회사 근처인 제주종합경기장 충전소를 찾아 차량을 충전시키는 것이다.

출·퇴근 외에 다른 용도로 차량을 사용하는 일이 적기 때문에 이처럼 충전소를 찾는 일이 힘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고속으로 충전을 하기 때문에 업무를 보다 잠시 나와 충전이 다 된 차량을 찾고 회사 근처에 주차한다. 요즘은 전기차 보급이 늘어난 탓인지 종합경기장에 설치된 충전소를 찾는 차량이 많아 순서를 기다리거나 차량을 잠시 세워뒀다가 자리가 빌때 맞춰 충전하는 등 불편한 점이 늘었다.

요금은 유료. 이씨는 주행거리에 따른 전기요금 방식으로 계산한다. 이씨 방식에 따르면 전기차의 경우 충전량에 따라 주행가능거리가 표시되는데, 현재 주행가능거리 20km 당 1000원 꼴이다. 급속충전은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30분 정도 충전을 하면 주행가능거리가 141km 정도 표시된다.

충전기를 설치할 곳이 마땅치 않아 집 주변 화단에 설치한 모습(사진 위). 전기차 운전자가 충전이 가능한 곳을 찾고 있다(사진 아래 왼쪽). 충전소를 찾은 운전자가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사진 아래 오른쪽). 최태경기자

이씨가 '충전소 찾아 삼만리'를 하기 시작한 것은 차량을 인도받은 지난해 6월 말부터다.

지난해 초 타고 다니는 차량을 교체할 시기가 되자 이씨는 전기차로 교체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전기차를 구입해 이미 타고 다니고 있던 동생 가족이 추천했기 때문이다.

"동생이 추첨을 통해 당첨되면서 이미 전기차를 타고 있었어요. 타보니 좋다고 해서 고민을 하게 됐죠. 그런데 주변에서는 아직은 불편한 것들이 많을 것이라고 대부분 만류했는데, 그래도 직접 타본 사람이 좋다고 하니까 구매를 결정했죠."

올해는 4000대에 이르는 전기차 물량이 대거 제주지역에 배정되면서 선착순으로 모집해도 다 보급이 되고 있지 않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기차를 사려면 공모를 신청하고 운이 좋아야 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았다.

지난해 4월 보급대상자로 확정된 후 전기차를 몰기 시작은 것은 6월 30일. 잔고장은 없었다. 소음도 없었다. 가장 좋은 점이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될 정도였지만 운행중 소음이 거의 없는 것은 전기차의 장점이라고 이씨도 인정했다. 그리고 낡은 중고차를 몰다 새차를 받았으니 나쁠 게 없었다. 당시 이씨는 2200만원의 보조를 받아 실제 2100만원에 차량을 구입했다. 보조금도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장점 못지 않게 불편한 점도 만만치 않았다.

보조금을 지원해주니 사실상 무료로 설치할 수 있는 주거지 완속충전기가 말썽이었다. 천덕꾸러기가 돼 버렸다.

외부 충전기를 찾아 충전하는 것이 습관이 된 것은 집에 설치해 준다는 충전기 때문이었다.

"차는 진작부터 몰고 다니고 있는데, 충전기는 올해 3월쯤 설치가 됐어요. 충전기 설치업체에도 여러번 문의해 봤는데, 아마도 하청을 받은 업체인 것 같았어요. 충전기 물량이 부족해서 어쩔수 없다고, 도청에 문의를 하라고 하더라구요. 볼멘소리를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그냥 설치해 줄 때까지 기다렸죠."

우여곡절 끝에 설치한 충전기는 현재 전력이 끊긴 상태다. 이씨의 생활패턴이나 환경을 감안할 때 사용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씨 차량에 대한 완속충전기는 집앞 화단에 덩그러니 설치돼 있다. 소형 다가구 주택이라 설치할 주차장도 마땅치 않았다. 특히 겨우 설치한 화단의 경우도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는 주변에 주차된 차량도 많고, 설치 장소가 길목이라 오랜시간 충전을 할 상황도 안됐다.

"계속 해서 쓰지 않으니까 전기가 끊기더라구요. 그런데 한번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요금이 청구되더라구요. 황당했죠. 기본료가 있다고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못했고, 한번도 쓰지 않았는데 요금을 물어야 하는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죠."

충전 인프라 문제는 이씨같은 전기차 사용자들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외곽지는 더 심하다고 꼬집었다. "시댁이 한경면이라서 한림에서 충전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 고장이 났더라구요. 그래서 한경면까지 가서 충전을 했어요. 저같은 경우는 주행 가능거리가 30km만 남아있어도 불안해서 주변에 충전기를 알아보고 다녀요. 그런데 만약 관광객들의 전기차 렌터카를 이용해서 충전을 제때 못하면 무조건 사람을 불러야 하는 상황이 생길 것 같아요."

이씨는 이 외에 전기차 보급과는 별개로 차량 증가에 따른 주차문제, 전기차 정비 인프라 문제 등도 걱정이다.

과연 이씨는 주변 사람들이 전기차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이야기 할까.

"지금 상황에서는 별로 권하지 않을 것 같네요. 기름값이 너무 내려 유지비도 그렇게 저렴하다고 생각되지 않고, 그 시간과 수고, 그 금액을 투자하며 전기차를 사라고 권하고 싶지 않아요. 단순히 충전시간이 짧아지고, 충전기가 주변에 널려있어도 마찬가지예요. 세금을 줄여주던가 어떠한 프리미엄이 있어야지 지금은 일반차량과 똑같잖아요. 행정에서는 보급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구체적으로 소비자들이 필요한 것들이 어떤 것인지 파악해서 개선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편 제주지역에는 4월말 현재 2516개의 전기차 충전기가 보급돼 있다. 하지만 일반소비자들에게 보급된 완속충전기가 2056개에 이르며 급속충전기는 공공기관에 49개, 민간사업자 38개, 실증사업 23개 등 110개에 불과하다.

제주도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오는 7월까지 제주지역에 급속충전기 100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급속충전기 10개 내외가 설치되는 중형규모의 충전스테이션과 1~2개가 설치되는 단속 충전스테이션을 위한 부지를 선정중이다. 그러나 부지선정과 예산 문제, 전력설비 증설, 인허가 문제 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태경·강경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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