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제주 '2030 탄소없는 섬'… 보다 세밀한 전략 필요"
  • 입력 : 2016. 05.19(목) 00:00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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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에너지·기후협약 연구… 국내서 손꼽는 정책 전문가
국무총리실 소속 녹색성장위원회서 에너지 정책 수립 기여
"탄소제로 실현 에너지 절약 등 소비자 인식 개선 동반돼야"


우리나라는 2000년대 후반 들어서부터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대응에 본격 나서왔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당장의 경제 성장이 아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둬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도 에너지 정책은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정책의 변화에 발맞추면서 동시에 정체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개척 분야인 에너지 신산업에 거는 기대까지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30 탄소없는 섬(Carbon Free Island·카본 프리 아일랜드)'를 외치며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전기차 도입에 앞장서고 있는 제주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지대하다.

30여년 동안 에너지 연구 분야에 몸담아오면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 수립에 기여해 온 제주출신 강승진(58)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를 지난 17일 만났다.


강승진 교수는 고향 제주의 '탄소제로 섬'을 향한 도전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그같은 도전이 구상에 머물지 않으려면 좀 더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미현기자

강 교수는 국내에서 에너지·기후협약 분야 정책 전문가로 손꼽힌다. 1983년 에너지 및 자원에 관한 분야를 조사, 연구하는 정부출연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입사한 이래 이 분야의 연구를 계속 해왔고, 2002년부터는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와 교육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재직 시절 프랑스 유학을 통해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한 그는 귀국한 뒤 2000년대 초 국내 기후협약 분야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당시 산업자원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 내 기후변화 연구 총괄 연구책임자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도 정부대표단의 일원으로 여러 차례 참여했다. 기후협약 당사국 회의에서는 세계와 함께 기후 문제를 고민하면서도 국익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데도 일익을 담당했다.

"기후변화협약 협상 테이블에서는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에 공감하면서도 막상 협상에 들어가면 저마다 국익을 반영하려고 합니다. 온실가스 감축 기준 연도를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았던 연도로 제시해 상대적으로 감축량을 줄이려고 애쓰기도 하지요. 이런 회의에서는 전략이 없으면 종종 명분을 앞세워 실현할 수 없는 제안을 덜컥 냈다가 국익에 손실을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가를 대표한 자리인 만큼 사전에 치밀하게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일이었지요."

강 교수는 그간의 에너지 연구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환경부 국가온실가스통계관리위원회 위원(2011년~2015년), 지식경제부 녹색인증심의위원회 위원장(2011~2012),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2014~현재), 2009년 출범한 국무총리실 소속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2013년.10월~현재)으로 활약하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 녹색성장위원회는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환경보전을 위한 지속가능발전계획, 온실가스감축 로드맵, 탄소 배출권 거래제 등 모든 계획을 심의한다. 여기서 결정된 사항은 바로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므로 우리나라 에너지·환경·기후변화 관련 정책의 최고 의결기구라 할 수 있다.

위원회에는 에너지, 환경, 녹색전략 분과 전문가 20여명과 당연직으로 국무총리,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여하는데 강 교수도 그 일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에서는 지난해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인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호기의 영구 가동정지(폐로)와 관련한 심의가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제일 기억에 남는 활동은 정유사별 유가 공개와 관련된 일입니다. 2007년 한창 고유가 시기였던 당시 정부가 고유가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었는데, 저는 국내 석유 유통구조에 대해 주목했습니다. 정유사 4개 담합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기에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유가 공개시스템 구축 용역을 수행했습니다. 그전에는 유가 공개를 하지 않다가 월간, 주간으로 공개하게 됐고 나중에는 실시간 시스템이 구축되었습니다."

에너지 정책은 정치·경제 문제와 떼려고 해야 뗄 수 없는 분야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해서 에너지 과소비의 폐해를 알면서도 에너지 비용을 저렴하게 해 산업계를 돕고, 정치 분야에서는 곧잘 저렴한 에너지 비용 공약을 내거나 현실성 없는 정책을 내놓아서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도 한다. 때문에 에너지 학계는 이러한 경제, 정치상황을 고려하면서도 에너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에너지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서 나아가 국익까지 고려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기로에 서 있습니다. 2008년 고유가 사태를 겪고 나서 우리는 에너지가 없는 나라임을 각성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선언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내걸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는 태도를 취했지만, 최근 유가가 하락하면서 또다시 경각심이 느슨해지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문제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시스템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제주도의 '탄소제로 섬'을 향한 도전에 대해 강 교수는 기대가 높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이 구상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제주도가 실질적으로 카본프리 섬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에너지 공급에서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카본프리 즉,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발전단가는 육지 평균의 두 배 이상 비쌉니다. 그런데 전기요금은 육지와 똑같지요. 제주도가 카본프리라는 비전을 세우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나 전기차 도입 시 전력을 지금보다 더 끌어와야 하는 문제,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하게 되는 것에 대한 타 시도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 전략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공급측면에서만 카본프리가 아니라 소비에 있어서도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죠. 또한 친환경에너지 정책의 이면에는 에너지 비용이 비싸진다는 점이 있습니다. 선진 유럽 국가들처럼 친환경에너지 정책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비싼 에너지를 감내하고, 이를 절약하는 게 생활화되어야 합니다."

강 교수는 전기차 도입 목표 실현도 보조금 없이 전기차가 보급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촉진시켜야 실현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조금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면서 재정부담으로 이어진다면 전기차 도입은 요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제주도가 변화를 소극적으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전기차 업체들이 제주도 전기차 시장의 미래를 밝게 보고 기술개발을 통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기차업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참여를 이끌 수 있는 협업 방안을 마련할 것을 조언했다.

강 교수는 평소 제주도 에너지 정책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그동안 제주도에서 이렇다할 에너지 정책 분야 자문이 없었던 점은 제주출신으로서 아쉬움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오고 서울대학교(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줄곧 육지에서 살면서 자신의 분야에 몰두해왔던 것이 제주의 현안에 관심을 더 두지 못한 게 아닌가 하고 자성했다.

"솔직히 그동안 제주도 문제를 피상적으로만 보고 깊이 고민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제가 하는 일에만 몰두하다보니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 최근 제주도에서 추진하는 탄소없는 섬, 전기차 비전, 이런 것들은 제 전공 분야인 만큼 앞으로 좀 더 관심을 갖고 발전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것입니다." 서울=부미현기자



강승진 교수는

제주도 서귀포시 대포동 출신으로 중문초, 중문중, 제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83년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입사, 2002년까지 재직했다. 재직 중 프랑스 그르노블(Grenoble) 제2대학교에서 자원·환경 분야 응용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설립된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에너지대학원 교수로 부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같은 대학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장을 지냈다.

대외적으로는 국무총리실 소속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한국자원경제학 회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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