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김장나눔봉사, 정말 중요한 것을 잊고있진 않은지

[백록담] 김장나눔봉사, 정말 중요한 것을 잊고있진 않은지
  • 입력 : 2015. 11.23(월)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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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끝자락, 아니 겨울 문턱으로 접어들면서 바람이 제법 차다. 아침 저녁으론 가을운치보단 겨울분위기가 묻어난다. 매년 언론사 지면을 도배하는 연중행사가 봇물을 이룰 시점이 도래했다. 그 연중행사는 바로 '김장김치사랑나눔'이다. 이맘때면 김장을 버무려 주변 홀로사는 노인이나 불우시설을 돕는 일이 이어진다. 유명 연예인들이 팔을 걷어붙여 분위기를 띄우고 다양한 기관과 단체, 기업체 등이 가세하면서 이제 김장김치나눔행사는 우리나라 연말 불우이웃돕기 봉사활동의 상징이 됐다. 과거 연말 불우이웃돕기의 상징이던 '연탄나르기'의 아성(?)을 무너뜨렸다고 할까.

그런데 인력봉사와 물질적 지원이라는게 한가지 고약한 것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른바 상대적 박탈감이다. 도움을 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도 고맙지만 그런 도움에서 배제된 이들은 섭섭한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나도 도와 주시오"라고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곧, 사랑나눔이라고 포장된 봉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없진 않지만 적절한 배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겠다. 배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 자괴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 그 나눔은 '사랑'이 아닌 또다른 '차별'로 퇴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례를 살펴볼 때 도내 각급 기관 단체가 만들어 지원한 김장의 양이 엄청났으며 올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웬만한 아파트는 물론 농어촌 작은 마을 부녀회도 나눔에 가세한다고 볼 때 올 겨울 지원되는 김장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배분은 잘 되고 있을까? 필자가 서너곳의 요양시설을 취재해 봤더니 그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욱 아쉬운 것은 규모가 작아 도움이 더 절실한 곳일수록 지원에서 소외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비교적 규모있는 A시설 관계자는 김장김치 지원을 적지않게 받는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금융권을 통해 김장을 지원받고 있으며 이들은 고맙게도 김치 외에도 필요한 많은 비품들을 지원해주신다"고 덧붙였다. 이어 "어르신들 밥상에 김치가 꼭 있어야 하는만큼 김장을 지원받으면 정말 도움이 된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반면 비교적 규모가 작은 B시설 관계자는 어떻게 말했을까. 관계자는 2년전 한두번 지원을 받아본 것 뿐으로, 그 전이나 그 이후 지원을 받아본 일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지원을 받지 못하면 솔직히 섭섭한게 사실이다. 중·소규모 시설 대부분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다. 시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십시일반 김치를 모아 겨울을 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자체적으로 김장을 만드는 게 사실 어렵다. 적은 인력이 풀가동 되는데 적지않은 시간이 드는 김장을 한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다"고 시설의 현실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적절한 배분을 위해 행정기관은 나서고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치를 필요로 하는 많은 이들의 수를 파악하고 그 양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점검해본 일이 있다"고 자신있게 대답하지 못했다. 김장김치를 만든 기관단체 등에서 행정기관에 전화를 걸어와 적절한 배분을 요청해 온 사례도 거의 없다고 고백했다. 김장김치사랑나눔, 동참 열기와는 달리 '마무리'가 아쉬운 대목이다.

봉사활동과 물질적 지원의 우선순위는 봉사를 한 이들이 느끼는 보람과 만족보단 소외된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는게 앞서야 하지 않을까. <김성훈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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