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세계유산 '보편적 가치'

[편집국 25시]세계유산 '보편적 가치'
  • 입력 : 2015. 07.09(목) 00:00
  • 이승철 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며칠 전 일본은 '메이지 산업혁명유산군: 규슈-야마구치 지역' 23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시설물 중 나가사키 조선소, 하시마(군함도) 등 7개 시설물은 조선인 수만 명이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노역을 산 곳으로 한국인의 애환이 서려 있다.

일본은 등재 결정 직전까지 문구 포함을 놓고 우리나라와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강제노역' 사실을 표기하는 것으로 합의가 이뤄져 등재됐다고 한다.

등재 결정 당시 '강제노동' 사실을 인정하는 듯 보였던 일본은 등재 결정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forced to work'라는 표현이 "강제노동의 의미가 아니다"며 "단순히 일하게 됐다"라고 입장을 바꿔 논란이 되고 있다.

취재차 군함도를 방문한 적이 있다. 군함도는 '근대화 산업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과정에서 일제 강점기 시대에 해저탄광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조선인들의 역사를 완전히 말소시키고 있었다. 기자가 군함도에서 현지 가이드로부터 제한된 코스를 안내받는 동안 이곳에 탄광이 개발되면서 일본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점, 베란다가 딸려 있는 고층 아파트가 당시 일본 최초로 지어졌다는 점 등 일부의 발전상만이 집중적으로 설명될 뿐 그 이면 조선인들의 강제노동, 착취와 같은 역사의 아픔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세계유산은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되어야 할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을 말한다.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부정적 유산이지만 과거의 끔찍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기억하자는 이유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강제 징용된 조선인의 아픔은 철저히 배제한 채, 자국의 산업화 역사만 앞세운 일본. 세계유산이 전하는 '보편적 가치'가 무엇인지 그들은 알고 있는 걸까? 사뭇 궁금해진다. <이승철 편집부 차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95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