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예래휴양형단지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한라칼럼]예래휴양형단지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 입력 : 2015. 04.28(화)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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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온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 부지는 원래 2000년 전 대규모 고대 마을터였다. 고고역사학계에서는 예래동유적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곳이 예래휴양형주거단지 부지에 포함되면서 발굴을 통해 묻혀있던 고대 마을터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제주문화유산연구원의 발굴 결과는 놀라웠다. 2004년부터 단계별 발굴에 이어 2008년부터 정식발굴에 들어간 이곳에서는 주거지 265동을 비롯 모두 2493기의 유구가 확인됐다. 토기류 등 다양한 유물도 쏟아졌다. 연대측정 결과 시기상으로는 기원전 4~2세기대에 집중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출토 규모로 봤을 때 제주 서남부 지역 최대의 고대 마을터로 평가됐다.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삼양동유적과 맞먹는 규모의 유적인 셈이다. 최근에 지정된 용담동 국가사적을 능가하는 유적이다. 제주 서남부의 대내외적 교류가 예래동유적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졌다는 의미다.

유구와 유물이 쏟아지자 유적지 일부는 원상보존하고, 일부는 이전복원을 조건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추진한 이 사업은 시작단계부터 논란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압권은 초고층건물이다. 2011년부터 1단계 공사가 시작된 가운데 이곳에는 216m 높이의 45층짜리 초고층건물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카지노호텔, 리조트호텔과 함께 2000년 전 고대마을이 거대한 마천루로 탈바꿈할 예정이었다. 이곳에 투입되는 자본만도 2조5000억 원에 이른다.

초고층건물과 고급호텔, 콘도, 복합쇼핑몰, 의료센터,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변신하는 고대 마을터를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까. 고대마을의 진화라고 해야 할까. 발전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괴물이 탄생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현재로서 거대자본의 욕망이 현실화될지는 불투명하다. 대법원이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사업에 대해 원인무효 판결을 내리면서 사실상 정상추진이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도 종잡을 수 없다. 국책사업의 당사자인 JDC나 제주도가 아직까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는데서 곤혹스러움을 읽을 수 있다.

JDC나 제주도는 사업추진 방식이나 과정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있다. 김한욱 JDC이사장은 대법 판결 이후 "도민사회에 혼란을 일으키고, 심려를 끼쳐드린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원희룡 지사도 도의회에서 행정의 과오를 인정했다. "근본적으로 투자유치에 급급해 공공의 이익과 주민의 주인된 입장, 균형된 배려와 신중함 잃은 편파적 행정을 한 과오가 현실로 드러났다"고 고백한 것이다.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사례는 제주개발사에 있어 하나의 전기가 될 전망이다. 추진중이거나 예정된 관광사업 대부분이 유원지 성격이어서 어떤 식으로든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그동안 투자유치에 급급한 나머지 무분별한 개발이라는 지적을 외면해왔다. 예래휴양형단지처럼 중요한 유적지이자 해안 경승지에 꼭 마천루를 건설하는 구상이 타당한지에 대한 고민도 부족했다. 이는 브레이크 없이 질주해온 무분별한 제주개발에 울리는 경종이다. JDC나 제주도정은 사업이 잘못됐다고 인정했으면 마땅히 그에 대한 대책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니 무슨 꿍꿍이속인지 알 수 없다. <이윤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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