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송악산
  • 입력 : 2015. 04.23(목) 00:00
  • 이승철 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4월 초쯤, 모처럼 '육지'에서 내려온 지인들과 모슬포로 향했다. 면음식으로 유명한 맛집과 동시에 주변 관광지까지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행들과 셋알오름을 올랐다. 정상에서 보는 조망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감동과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겹겹이 펼쳐진 오름과 한라산, 바다가 만들어내는 파노라마는 시원한 풍경을 자랑한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셋알오름 갱도진지, 송악산 해안, 알오름 고사포진지, 알뜨르 비행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송악산은 지질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며 화산학 1번지다. 태평양전쟁 말기 미군 등 연합군의 유력한 상륙 예상지점으로 꼽힌 곳이다. 이를 보여주듯 송악산 일대는 각종 군사시설 흔적들이 밀집돼 있어 태평양전쟁 시기 일본군 주둔과 군사시설 구축과정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상징성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그것도 잠시, 혼잣말이 저절로 나왔다. "중국 자본으로 곧 개발돼 이 모든 게 사유화가 되겠지…."

지난 16일이다. 원희룡 지사는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에 대해 "송악산은 경관이 빼어난 데다 지질·생태적으로 보존 의무가 큰 지역이라며 전면적으로 고민해보겠다"며 재검토 의지를 나타냈다.

제주는 등록문화재로서의 가치를 갖는 건조물과 장소들이 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다. 오랜 시간 속에 제주의 풍토와 생활여건에 맞도록 구축된 제주만의 전통건축, 일제강점기 때 각종 군사시설물·유적들도 제주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문화재적 가치를 갖는 역사적 산물이다. 그 속에 숨겨진 사실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될 때 아름다운 이곳, 제주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퍼즐 조각 맞추듯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차츰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정체성을 찾는 일은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이승철 편집부 차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60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