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치킨 게임' 자멸의 길 간다

[편집국 25시]'치킨 게임' 자멸의 길 간다
  • 입력 : 2015. 02.17(화) 00:00
  • 이승철 기자 sc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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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딘이 주인공을 맡았던 1955년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는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이 위험하고 짜릿한 자동차 놀이가 등장한다. 바로 '치킨 게임'(Chicken game)이다.

이 게임은 한밤중에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이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 즉 치킨으로 몰려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이기려고 한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함으로써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된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최근 행태를 보면 도민을 위한 기관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도와 의회 간의 예산 전쟁이 자존심 싸움으로 증폭돼 서로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비치고 있다. 일각에선 '치킨 게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어느 한쪽도 물러설 기미가 없어 보인다고 한다.

도지사나 도의원 모두를 직접 뽑은 이는 제주도민이다. 잘 해보라는 믿음으로 찍어준 한 표 한 표 속에 담긴 뜻을 잘 이해하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 상황인가.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등 첨예하게 대립해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과연 그들이 도민을 대표하고 도정을 꾸려나갈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한쪽은 자치단체 수장이고 또 한쪽은 그 자치단체를 감시하고 조례, 예산 심사 그리고 각종 현안에 대해 함께 의논해 가야 할 의회라고 한다면 서로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면서 운영해 가야 하는데 기싸움에 빠져 주도권만 잡겠다는 것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주의 민생은 파탄 나고 경제는 거덜나기 일보 직전이다. 도민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도와 의회는 '치킨 게임'을 끝내고 서로 한발 물러나 양보와 협력의 자세로 제주도 발전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승철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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