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경쟁력 제주가 답이다](2)슬로푸드

[느림의 경쟁력 제주가 답이다](2)슬로푸드
먹는 음식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
  • 입력 : 2015. 01.22(목)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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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 음식은 대부분이 슬로푸드다. 메주로 담근 된장과 간장·고추장·김치·젓갈 등이 대표적인 음식이다.사진=한라일보 DB

먹기·느리게 살기로부터 시작
슬로푸드국제본부 중점사업인
'맛의 방주' 제주 2년 연속 올라

남달리 귀하려면 다름이 있어야 한다. 제주도가 귀해질 다름은 무엇일까? '슬로푸드'는 인공의 속도가 아니라 자연의 속도에 따라 생산된 먹을거리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사계절 모두 나오는 음식이 아닌 제철 음식과 인스턴트 식품이 아닌 조리한 음식을 슬로푸드라고 한다.

최근 제주푸른콩장, 꿩엿, 순다리, 흑우 등과 같은 제주도에서 사라져가는 소중한 음식자원들을 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하고 보존하는 움직임도 있다. 제주의 생명·문화다양성을 지켜 제주의 독특함을 바탕으로 제주를 귀하게 가꾸려는 운동이다.

▶슬로푸드 운동의 시작=1999년 10월 이탈리아에서 '위협받는 달콤한 인생'의 미래를 걱정하며 '치따슬로(cittaslow)' 즉 슬로시티(slow city)운동을 출범시켰다. 이 운동은 슬로푸드 먹기와 느리게 살기로부터 시작됐다. 이 운동을 하는 이유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염원하며 우리는 다르게 살기 위함이다.

제주에서도 슬로푸드 운동은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슬로푸드 운동에 참여한 이들은 음식을 통해 삶과 환경이 변화되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먹는 것 하나가 바뀜으로 인해 세상의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지론이다. 이들은 슬로푸드 운동에 대해 제대로 배우기 위해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가장 먼저 함께 읽었던 '슬로푸드 맛있는 혁명'은 슬로푸드 운동의 창시자이자 저너리스트인 카를로 페트리니의 저서이다.

이 책에서는 유명인들을 비롯하여 왕실 요리사들의 문헌과 시골 마을의 오래된 맛집, 장터에서 만난 청년과 세계적 생태주의자와 미식가들을 건강한 생산과 깨끗한 먹거리 유통에 앞장 설 수 있도록 했으며 먹을거리가 우리와 지구, 그리고 서로와 서로를 연결하는 새로운 체계, 새로운 세계 건설의 기초가 된다는 것을 알려 준다. 또 슬로푸드제주지부에 참여하는 이들은 "음식이 전하는 많은 이야기가 있음에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맛의 방주'에 등록된 제주 향토 음식. 사진 왼쪽부터 강술, 댕유지, 꿩엿, 재래감, 순다리, 재래돼지. 사진=한라일보 DB

▶슬로푸드 '맛의 방주'=제주가 2년 연속 '맛의 방주'에 올라 세계의 '슬로푸드 명소'로 인정받고 있다. 국제슬로푸드재단이 운영하는 이탈리아 미식과학대 학생들이 제주에 실습을 올 정도이다.

'맛의 방주'(Ark of Taste)는 세계 각 지역의 멸종위기 음식·종자를 찾아내 관심과 소비를 이끌어내는 슬로푸드국제본부에서 추진하는 중점사업으로 제주도는 제주흑우·제주푸른콩된장, 제주꿩엿, 강술, 순다리, 댕유지, 재래돼지, 재래감 등 8개 품목이 슬로푸드 국제본부가 추진하는 '맛의 방주' 목록에 등재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보유지역이다. 획일적인 대량 식품 생산 공급을 반대하고 지역의 다양한 생명자원을 기반으로 소농을 육성하고, 먹을거리의 생산·가공·유통·소비에 이르기까지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역설한다.

선정된 맛의 방주 품목의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해 적합한 생산자단체를 맛지킴두레(프레지디아·Presidia)로 선정해 관리하고 품목별 육성 사업도 하고 있다.

'맛지킴이두레'는 슬로푸드 프로젝트로 질 좋은 먹을거리 생산을 활성화하고, 토종 종자와 음식 보존을 목표로 삼고 있다. 슬로푸드 운동에서는 지켜야 할 것으로 3가지를 꼽힌다. ▷사라져가는 전통적인 식재료나 요리, 질 좋은 식품을 지키는 것 ▷아이들과 더불어 소비자에게 맛의 교육을 하는 것 ▷질 좋은 재료를 제공하는 생산자를 지키는 것이다.

사찰음식도 슬로푸드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의 전통 음식은 대부분이 슬로푸드다. 메주로 담근 된장과 간장·고추장·김치·젓갈 등이 대표적인 음식. 대부분 발효식품으로 콩을 쑤어서 메주를 만들고 다시 이것으로 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식품업체 역시 슬로푸드를 이용한 음식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제주에서도 '제주푸른콩된장'등 슬로푸드 운동을 실천하는 곳이 있다. 그곳에 가면 푸른콩으로 만든 발효식품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제주가 느리게 다른 이야기를 찾아가길"
日 방랑가 후지와라 신야 "아무도 몰래 다시 찾을 것"

일본 사진가·여행작가인 후지와라 신야.

느릿느릿 방랑하면서 살아가지만 세계 곳곳 청춘들의 여행 길잡이가 되는 이가 있다. 인도·티베트 여행 붐을 일으킨 사진가 겸 여행작가인 후지와라 신야(藤原新也·71)가 최근 '월드 트레일즈 콘퍼런스'에 초청돼 제주를 처음 찾았다.

제주올레 주선으로 만난 그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그가 찾은 제주의 첫 느낌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대답은 '아쉬움'이었다. 그는 "40여년전 1970년대 중반에 2개월 동안 한국 전역을 여행했다. 그때는 제주도는 오지 못하고 진도까지 여행했는데, 이번에 제주도에 오기 전 진도의 모습과 비슷할 것이라 상상했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보니 일본과 다를 것 없는 빌딩숲이라 많이 놀랐다"며 "그 당시의 한국이 그립다"고 말했다.

그는 "50 년 사이에 세계가 모두 같은 풍경이 되어가는 듯하다"며 "'느림'의 가치를 추구하고 각각의 민족이 정체성을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여행을 할 때 눈으로 얻는 정보를 경계하고 본질을 알려고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느리게 걷기운동'의 열풍에 대해서는 "흙을 발로 밟는 것은 신체성을 회복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제주올레에 대해 "이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고,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고 전제, "하지만 서명숙 이사장과 서민적이고 제주적인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눈 끝에 제주올레가 어떤 트레일인지 알게 됐고 잘 왔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여행에 대해서는 자신의 여행스타일은 '아무도 몰래 조용히 하는 것'이라며 다음 기회로 돌렸다.

그는 "세상에 항상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깨는 것부터가 여행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행 중 사물을 볼 때는 세상을 통해 얻은 지식보다는 그 사물의 본질을 봐야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것은 '느리게 봐야 보이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그는 사진가, 예술가, 여행작가 등 다양한 직업에 대해 어떤 하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사람은 놀기 위해 태어난다'는 말이 있어요. 그림, 여행, 사진 등 모든 것이 좋아서 하는 놀이라고 생각하죠. 사람이 한 평생 어떻게 제대로 노는지에 따라 그 사람이 인생에 대해 만족하는지 못하는지가 결정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후지와라 신야는 도쿄 예술대학 유화학과 재학 중 일본을 뛰쳐나와 10년에 걸쳐 전 아시아를 방랑했다. 귀국 후에는 인도로 떠나는 젊은이들이 배낭에 반드시 들어 있는 '인도 방랑'을 비롯해 '티베트 방랑, 한국여행의 이야기가 담긴 '동양기행' '소요유기'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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