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역사를 잃으면 미래가 없다

[편집국 25시]역사를 잃으면 미래가 없다
  • 입력 : 2014. 11.20(목) 00:00
  • 이승철 기자 sc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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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셋알오름, 송악산 해안, 알오름 고사포진지 등 서귀포시 송악산 일대가 최근 시끄럽다. 제주도경관심의위원회가 중국 유한회사 신해원이 제출한 '뉴오션타운' 개발 사업의 경관심의를 조건부 통과시켰다.

이 곳은 태평양전쟁 말기 미군 등 연합군의 유력한 상륙예상지점으로 꼽힌 곳이다. 이를 보여주듯 송악산 일대는 각종 군사시설 흔적들이 밀집돼 있어 태평양전쟁 시기 일본군 주둔과 군사시설 구축과정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한라산과 산방산을 중심으로 수월봉에서 월라봉, 군산, 형제섬으로 이어지는 경관은 제주 남서부 최대 경관을 자랑한다.

이런 이유로 최근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는 "경관사유화 뿐만 아니라 역사적 유산까지 중국자본에 의해 사유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내 시민사회단체도 제주도가 세운 경관 및 관리계획에 위배되고 등록문화재 갱도진지 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지난해 취재차 일본 하시마섬(端島·일명 군함도)을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1890년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가 이 섬을 매입해 탄광개발을 이유로 한인 등을 대거 강제 동원했다. 130여 명이 지하 1000m가 넘는 갱도 안에서 석탄을 캐다 잃은 곳. 일본 정부는 이 지역을 강제징용 등 부정적 역사는 빼고 '규슈 야마구치 근대화 산업유산군'의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아픈 현실이다.

비단 송악산 일대뿐 아니라 역사가 있고 보존해야 할 제주는 개발이란 미명아래 곳곳이 생채기로 시름하고 있다.

원희룡 도지사는 지난 17일 제주도의회 정례회 시정연설에서 "제주의 1차적 가치는 자연이다. 자연환경이 살아야 제주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이면 광복 70주년이다. 역사를 잃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역사를 잊으면 그 슬픈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게 역사적 교훈이다. <이승철 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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