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당굿을가다](3)신양리 본향당

[제주당굿을가다](3)신양리 본향당
설 다음날 굿판에 남다른 가족사랑
  • 입력 : 2014. 08.14(목)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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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양리 본향당의 단골들이 액막이를 통해 가족의 무병장수와 무사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김명선기자

단골 대부분 해녀 음력 2월 영등굿 많이 찾지만
설 차례 지낸 후 심신 지쳐도 신과세제로 '발길'

설을 지낸 다음날 새벽. 하얀색 스웨터를 입은 여인들이 하나둘씩 어둠을 뚫고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 본향당을 찾아 정성스레 준비한 제물을 올리고 심방을 청해 신에게 제를 올렸다.

신양리 본향당은 온평리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변에 자리잡고 있다. 신양리 본향당은 수산리의 본향당인 '올뤠모루 하로산당'의 가짓당으로 알려져 있다. '하로산'은 한라산을 의미하는데 '또'는 남성 신격을 의미하는 존칭접미사다. 이에 따라 하로산또는 한라산을 남성 신격화한 당신 명칭으로 '한라산님' 또는 '한라산 신령님'의 의미를 지닌다.

이 당은 1950년대에 신양리가 고성리에서 마을이 분리되면서 수산리와 거리가 먼 탓에 이 마을에 소재한 세 개의 포구 앞으로 옮겨왔다. 신양리는 당초 고성리 주민들이 1894년부터 이주해 바닷일을 하면서 살다보니 점점 가호수가 늘어나 1933년에는 고성2구로, 이후 1951년에는 독립된 행정리인 신양리가 됐다.

제일은 1월 2일, 2월 15일, 7월 8일, 11월 14일이고 음력 2월에 택일해 마을제를 집행한다. 당신(하로산또)은 생산·물고·호적·장적을 관장한다. 메인심방의 계보는 조권평→조빌레(딸)→현차순→현차남→양정순으로 이어내려오고 있다.

신양리가 해안가 마을이고 단골 대부분이 해녀여서 상당수 단골들은 음력 2월에 집전되는 영등굿을 찾는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설 다음날 열리는 신과세제에 단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액막이를 통해 가족의 무병장수와 무사안녕을 기원하고 마을의 풍어와 풍농을 기원한다. 현용준 선생의 '제주도 무속자료사전'에 따르면 액막이는 본주(本主)의 안좋은 액을 막고 무병장수와 함께 복을 받기 위해 기원하는 무속 의례다. 기원이 끝나면 신에게 바치는 폐백(무명과 백지)을 태운다. 그리고 차사가 잡아가려고 하는 인간의 목숨을 대신해 수탉의 목을 비틀어 바깥쪽으로 던져 죽이는데, 이를 대명대충(代命代充)이라고 한다. 던져진 수탉이 바깥쪽을 향해 떨어지면 차사가 인간 대신 수탉을 잡아간 것이라며 길하게 해석하고 집 쪽을 향해 떨어지면 흉하게 해석한다. 액막이의 마지막에는 심방이 무점구(巫占具)를 이용해 집안 식구들마다 산(算)을 받아준다.

양정순 심방은 "신양리 본향당의 단골들은 집안일 외에 농사와 바닷일을 함께하는 강인한 제주여성들"이라며 "설 차례를 지내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 상태에서도 갖은 정성을 들여 신을 청해 제를 올리는데 가족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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