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중국을 말하다]제3부 제주관광 가치를 높이자-③500만 유치,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제주와 중국을 말하다]제3부 제주관광 가치를 높이자-③500만 유치,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 입력 : 2014. 07.30(수)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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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 "제주는 천국같은 곳"
당분간 제주행 지속 예상 불구
그들만의 잔치 우려속 위기론도


지난해 중국매체가 중국인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해외여행지 20곳을 뽑은 결과 한국은 2곳이 포함됐다. 서울과 제주. 중국인들에게 서울은 한 국가의 수도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쇼핑지역으로 유명세를 타는 반면 제주는 '힐링할 수 있는 천국과도 같은 곳'으로 평가됐다. 중국 현지에 비쳐지는 제주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생태, 해안선, 바다 그리고 섬문화 등 그야말로 자연이 준 보물섬인 것이다.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에서 제주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대기중인 중국인 관광객들.

그러나 제주행을 선택하는 중국관광객을 놓고 현지 여행업계와 제주관광업계 및 제주사회의 평가는 같은듯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수익 창출'이라는 점에서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체감 효과'라는 점에서 갈등이 없지 않은 상태다. 중국 현지 여행업계는 "제주를 가고 싶어하는 중국관광객이 넘쳐나고 있으며 변수가 없는 한 중국인들의 제주행은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며 즐거운 비명을 짓고 있지만 제주사회에서는 "돈이 안된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도내·외 관광전문가들은 '제주관광 위기론'을 역설하고 있다. 위기론 주장의 핵심은 이른바 '그들만의 잔치'다. 실제 도내선 중국계 여행사 서 너 곳이 독점하며 중국 인바운드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숙소와 식당까지 장악하면서 제주 토종 여행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 7월초 도내 관광업계 관계자들이 제주도청을 찾아 지사 면담을 요구하며 중국관광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중국 인바운드 시장을 놓고 많은 전문가들은 "제주라는 멍석위에서 윷놀이판이 벌어지는 가운데 제주사람은 게임을 하고 있는 중국인 뒤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2011년 9월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 개장식에서 돌하르방을 만지며 즐거워하고 있다.

도내 A업계 관계자는 "중국여행사가 관광객을 모객하고 이들은 중국국적 항공사를 타고 제주에 오며 중국교포가 오너인 여행사가 잡은 스케줄을 따라 관광에 나선다"며 "중국자본이 사들인 숙소를 이용하고 대부분 무료관광지를 순회하다 면세점 쇼핑으로 마무리되는 스케줄이 허다하다"고 꼬집었다. '제주의 참 가치'를 느껴볼 새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단체관광객 대다수가 제주는 첫여행이다. 중국현지에서 말로만 듣던 제주를 찾은 그 자체만으로 만족도 하지만 이들은 제주의 일부 겉모습만 보고 갈 뿐"이라며 "부실한 식사와 쇼핑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스케줄로는 어느 누구도 다시 한번 제주를 찾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재방문은 커녕 제주 이미지 하락으로 제주행이 끊기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 자성론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관광의 근본 문제를 중국여행사나 화교 및 중국교포 등에서 찾기보다 양적성장에 발목잡혀 문제를 알고도 그동안 수수방관한 지방정부와 도내 관광업계에서 찾자는 얘기다.

한화준 한국관광공사 상해지사장은 "기본적으로 제주는 여행사와 코스 및 가이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제주의 속살을 보여주지 못하는 관광상품이 난무하고 무자격 가이드가 판을 치는데도 그동안 사실상 손을 놨다"며 "제주관광 문제점을 중국내 자체에서도 정화돼야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수용태세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지사장은 "예를 들어 중국여행사와 관광객을 송객받은 여행사간 거래되는 랜드피만 관리해도 제주관광 부실 논란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B업계 관계자도 한 지사장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다. 관계자의 주장은 강력한 단속과 처벌에 따른 파장이 당장 아프더라도 그 데미지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요지다. 관계자는 "지금 제주는 중국관광객이 1일 1만명 안팎이 입도하고 있다. 이는 90년대 초반 전체 입도 수준"이라며 "비상식적인 제주관광상품을 점검해보고 시장질서를 저해하는 여행사 등에 대해 강도높은 처벌이 가해지는 단속을 벌일 필요가 어느때보다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지금 제주관광에 있어 시급한 것은 유치마케팅이 아닌 시장질서 확보"라고 강조했다.

올해 중국관광객 200만명 유치가 현실화된 제주는 지금 시점에서 불거진 갖가지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는 500만명 유치는 커녕 갈등만 양산할 뿐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시각이다.





[ 전문가 리포트 / 정승훈 제주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변화하는 중국관광시장 선제적 대응해야"

제주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수가 당분간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제주관광의 양적 성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재점검해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이다.

정승훈

 질적 성장으로 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고부가가치 여행상품 개발, 고급 여행지로서 제주의 이미지 형성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지상경비 제로 투어 피(zero tour fee)와 마이너스 투어 피(- tour fee) 여행상품 등 저품질(low quality) 상품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여행상품은 관광시장의 질서를 교란시키고, 질 낮은 음식, 쇼핑 강요 등에 의해 제주관광에 대한 중국인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해외여행을 경험한 중국인들이 증가하고, 한국과 제주를 방문하는 재방문객들이 증가함에 따라 관광시장구조도 단체관광시장에서 개별관광시장으로 일정 부분 점진적으로 전환되어 갈 것이다. 다만, 해외여행을 경험하지 못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아직도 많다는 점, 고령화 사회의 진전으로 시니어 관광객 증가, 여행일정의 편리성을 선호하는 관광객 등을 고려할 때 단체관광시장도 중요한 시장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개별관광시장으로 전환된다는 것은 다양한 개별관광시장에 알맞은 관광마케팅 전략과 관광수용태세 개선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첫째, 개별관광시장에도 의료관광시장, 웨딩시장, 회의시장, 배낭여행시장 등 다양한 세분된 시장이 존재하며, 이에 대응해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채널들을 통해 차별화 된 관광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함을 의미한다.

 둘째, 수용태세 측면에서는 숙박, 교통, 안내, 쇼핑, 즐길 거리 등 다양한 분야의 관광수용태세를 수요자 입장에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현지 여행업자들은 제주는 택시를 제외한 교통편이 매우 불편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셋째, 해외여행시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고려하는 사항 중의 하나가 방문도시의 안전성이다. 혼자 또는 소수의 인원으로 여행하는 개별관광객들은 방문국가나 도시의 관광안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관광객의 관광안전과 관련된 사항들을 지표로 설정하고, 주기적인 조사와 점검을 통해 개선해 나가는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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