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덕의 나눔정신 아시아를 품다](하)앞으로의 과제

[김만덕의 나눔정신 아시아를 품다](하)앞으로의 과제
희망의 비행기에 실은 제주 나눔정신
  • 입력 : 2014. 03.18(화)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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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평화봉사단은 제주 고유의 복지정신인 조냥정신과 수눌음 운동에 기반을 둔 국제원조 계획을 수립, 태풍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의 비행기를 날린다. 김명선기자 nonamewind@ihalla.com

필리핀 레이테 섬 태풍 피해 심각해
봉사단 작은 도움 커다란 감동으로
결혼이민자 직접 고향서 봉사 '뭉클'

김만덕 해외봉사단(이하 만덕봉사단)이 나눔활동을 벌였던 필리핀 레이테 섬에 지난해 11월 슈퍼태풍 하이옌이 강타했다.

태풍 하이옌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생한 태풍 중 가장 강력했는데 순간 시속이 379km에 달해 역사상 최강 위력이었던 셈이다. 태풍 하이옌으로 인한 피해로 유엔은 사망자가 총 1만5000명, 부상자는 2만6000여명에 달하고 가옥도 100만채 이상 파괴돼 4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는 추정치에 불과하다. 정부차원의 정확한 인명·재산피해 집계가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지난 필리핀 대통령 선거 당시 레이테 섬 주민들의 현 대통령의 당선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복구지원도 후순위로 밀려 있는 상황이다.

만덕봉사단은 이번 나눔활동의 마지막 장소로 타클로반 시립병원에 의약품과 발전기를 전달했다. 이 병원도 태풍 피해로 인해 병원기능이 상실한 상태이지만,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어서 이른 아침부터 환자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만덕봉사단이 기증한 발전기로 병원에 안정적인 전기가 공급되어 입원실이 되어버린 복도와 응급실 등의 진료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작은 나눔이 어려운 이웃들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봉사단원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감동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구마게이 타클로반 시립병원장은 "태풍 하이옌이 몰아칠 당시 병원에는 강력한 바람으로 지붕이 날아가고 바닷물이 사람 허리높이까지 들어찼다"며 "병원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긴급복구를 통해 하루 200~300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전기시설을 포함해 파괴된 내부시설이 복구가 안되어 응급실에서 모든 진료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덕봉사단이 기증한 발전기로 응급실에 안정적인 전력지원이 이뤄지게 됐고, 입원실에도 불을 밝힐 수가 있게 됐다"며 "또 구호약품의 경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소중하게 쓰여지게 될 것이고 만덕봉사단을 이곳으로 안내해준 필리핀 출신 결혼이민자와 제주도민들에게 '고맙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필리핀 출신 봉사단원인 마리사씨의 고향마을인 하신다마리아 마을의 파캄파라 이장은 "태풍 하이옌은 마을 전체를 폐허로 만들어 버렸다. 만덕봉사단이 우리 마을을 찾은 것은 하나님의 은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증을 받은 발전기는 마을의 보물 1호처럼 여겨지고 있고, 집이 부서져 갈곳이 없던 마을 주민이 봉사단의 도움으로 새집으로 이사하게 됐다"고 감사의 마음dmf 전했다.

또 "봉사단이 함께 나눈 음식인 떡국과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보여준 한국의 태권도, 밀가루 사탕먹기 게임, 가족사진 촬영 등은 마을 주민에게 영원히 잊지못할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김만덕 해외봉사단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결혼이민자가 직접 참여해 자신들의 고향을 찾아 나눔활동을 벌이는 봉사단이다.

이에 따라 본보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평화봉사단은 제주의 고유의 복지정신인 조냥정신과 수눌음 운동에 기반을 둔 국제원조 계획을 수립, 나눔활동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강상철 제주평화봉사단장은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도민은 나눔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냈다"며 "결혼이민자의 고향에서 제주 섬에 뿌리깊게 자리매김한 나눔의 숭고한 정신을 전파하고, 이를 통해 제주사회에 다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명선기자·마리사 카사스 이주여성(필리핀) 시민기자

[전문가 의견]"봉사단 보면서 격세지감 느껴"

2013년도 통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거주 외국인은 144만5000여명이다. 제주의 경우 거주 외국인은 1만2656명으로 이중 다문화가정은 2423가구이다. 연평균 증가율은 최근 5년간 15.2%로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그간 단일민족 국가를 표방해오던 우리나라도 개방화, 국제교류의 확대, 결혼이민, 외국 노동력 유입 등을 통해 다문화 사회로 깊숙이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길거리 등 어디를 가든 마치 이웃처럼 흔히 외국인을 마주할 수가가 있다.

불과 50여년 전만해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수많은 간호사와 광부들이 독일로 떠났고 많은 도민들도 일본으로 밀입국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가족을 위해 고된 삶을 살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지난달 22일부터 8일간 필리핀 출신 결혼이민자를 중심으로 16명(복구팀, 구호팀, 미디어팀 등) 규모의 해외봉사단을 꾸려 슈퍼 태풍으로 막대한 재산피해와 인명 피해를 입은 필리핀을 방문하여 봉사활동을 펼치고 돌아왔고, 이보다 앞서 필리핀 출신 결혼이민자 고향 가족들에게 복구 지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앞으로도 필리핀 뿐만 아니라 도내 거주하는 결혼이민자의 모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하는 다문화사회 조성을 위해 결혼이민자와 도민이 함께 참여하는 공적원조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오래 지나지 않았으나 세상이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는 느낌이라는 뜻으로 고사성어에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이있다. 다문화가족 '김만덕 해외봉사단' 활동을 함축해 표현된 고사성어가 아닌가 싶다.

이제는 우리도 새 삶을 찾아 가족과 고향을 등지고 우리나라에 온 결혼이민 여성들에게 역지사지 심정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자. 우리가 경제적으로 나아졌다고 해서 이주민들을 차별하고 함부로 대하고 무시한 적은 없었는지….

이제 다문화가족은 우리사회에 새로운 가족형태로 깊숙이 자리잡았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나 문화가 다르다 해도 이제는 분명히 우리 사회 공동체 내에서 함께 살아가야할 이웃이며, 다문화 가족 모두가 지역사회에서 이웃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보듬어 주야야 할 때이다.

제주자치도는 올해 다문화가족의 욕구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보다 7억2600만원이 증가한 22억7800만원을 지원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다문화가족 지원시책도 중요하지만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을 돕는 진정한 길은 우리사회가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열린 마음과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수십년을 한국사회와 전혀 다른 문화에서 성장한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를 빠른 시간내에 따르지 못한다고 나무라서는 더욱 안될 일이다.

우리도 이제 다문화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편견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다문화가정을 이해하고 사랑으로 함께 가야 할 때이다. <권기웅 제주특별자치도 다문화가족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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