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마을박물관을 꿈꾸며

지속가능한 마을박물관을 꿈꾸며
  • 입력 : 2014. 02.25(화) 00:00
  • 이승철 기자 sc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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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민속의 보고라고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통문화를 잘 간직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조선시기 도민의 유망을 방지하기 위하여 인조 7년(1629)부터 순조 25년(1825)에 이르기까지 약 200년 동안 계속되었던 출륙금지령 때문이라고 한다. 출륙금지령 시기에 폐쇄된 생활을 영위하면서 전통지식을 발전시켰으며 고유 민속문화를 보존하였기 때문이란 말이다.

근·현대시기에도 1978년 관광공사가 서귀포시 중문동 일대를 관광단지로 만들기 전까지 제주지역은 1차산업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농·어업을 주요 생업으로 하였기 때문에 공동체 생활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민속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전승력을 지속적으로 확보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주지역에도 산업화, 도시화의 영향으로 민속의 전승 현장을 잃어버렸다. 이것은 유구한 세월동안 척박한 자연환경을 개척하면서 살아온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의 방식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민속마을과 박물관이 있어 이곳에 가면 삶의 일부분을 알 수 있기는 하지만 실제적인 삶의 모습과 조금 동떨어진 점이 있어 아쉽다.

필자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제주지역은 동·서간에 현저한 문화차이가 있다. 말도 서로 조금 다르고 세시풍속과 민속놀이도 다른 방식으로 전승되고 있다. 또한 산간마을과 해안마을의 경우에는 같은 행정구역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생업과 자연환경에 맞춘 독특한 생활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조성되어 있는 박물관에는 이러한 특징들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민속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일상생활 문화 전반을 일컫는 말이다. 이렇게 소재가 다양하다보니 단일 건물에 담기란 불가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실제로 전시한다고 해도 그 특징을 두드러지게 나타내기는 어렵다. 따라서 필자는 지금의 민속마을과 박물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소규모 마을박물관 설립이 필요다고 주장한다.

마을박물관은 과거로부터 전해오는 마을(마을문화)의 어떤 자료를 수집하여 전시·활용하는 시설이다. 마을의 형성에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실질적인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아온 차별화된 마을의 특성을 포착하여 전시하게 된다면 추상적인 조상들의 삶을 주제로 한 일반적인 박물관보다 더욱 친근감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마을 박물관은 크고 웅장한 규모가 필요하지는 않다. 공동창고, 폐가 등 마을내 유휴시설을 활용해서 만들어도 된다. 최근 시작한 마을 문화공간 사업과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기존 박물관들의 정적인 전시에 중심을 두지 말고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체험에 중점을 두어 실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초청해서 시연을 하고 관람객들이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볼 수 있도록 하는 체험형전시·참여형전시에 주안점을 둔다면 민속의 보고라 불리는 제주의 전통문화를 효율적으로 전승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재경/제주돌문화공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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