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한라일보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복어'-3(끝)

[2014 한라일보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복어'-3(끝)
송민성
  • 입력 : 2014. 01.07(화) 00:0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6일자에서 계속

미용실로 연화를 찾아갔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다른 직원이 머리를 만져주고 감겨 줄 때까지도 연화는 알은 체 하지 않았다. 현은 남에게 머리를 맡긴 채 인형처럼 가만히 앉아 거울 속 연화에게 말했다. 다시는 더러운 입을 놀리지 못하게, 그 시커먼 혓바닥으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도록 그자의 내장을 모조리 파괴해 버릴 겁니다. 현은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치우는 연화의 뒷모습에 약속했다.

쪽잠을 자고 8시쯤 여관을 나섰다. 그곳에 더 있다가는 온몸에 푸른곰팡이가 필 것 같아 일찌감치 나온 터였다. 이른 아침의 바닷가는 매섭고 조용했다. 푸르지 않은 바다의 색. 거품을 가득 물고 그에게 덤벼드는 파도들. 순식간에 이불처럼 펼쳐지며 사라지는 물의 막. 현은 파도의 끄트머리에 서서 발을 적셨다. 마치 지옥으로 빨려드는 영혼이 손을 뻗어 그의 신발을 잡아끄는 것 같아 소름이 끼쳤다. 현은 서둘러 파도에서 발을 빼냈다. 해가 떠오르자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겨울인데도 백사장을 거니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몸을 돌려 방파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이들의 웃음이 점점 그의 뒤로 멀어져갔다. 방파제 위에 올라앉아 무엇인가 걸리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바다 어디쯤 시선을 던져두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바닷가 한쪽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웅성웅성하는 소리. 꺄악~ 비명을 지르는 여자와 아이들. 현은 일어나 천천히 해안가로 내려섰다.

조금씩 무리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 실체 없는 불안. 진정되지 않는 감정이 자꾸만 그의 가슴 안팎을 후려친다. 점점 더 빨리 걸음을 옮겼다. 누군가의 '시체다!'하는 비명에 발을 멈췄다. 동시에 훅 끼쳐오는 끔찍한 악취. 한 번도 맡아 본 적 없는 비릿함과 역겨움이 언젠가의 분노처럼 그의 피 속을 휘돌았다. 주춤주춤 뒷걸음질치던 현이 누군가의 발을 밟았다.

-고래가 떠내려 왔대요.

-고래요?

-죽은 생물들이 종종 해변으로 떠내려오거든요.

죽음을 둘러싸고 있는 무리 사이로 스며드는 남자를 보며 현은 중얼거린다. 죽은 생물…. 고래…. 죽음과 생명…. 돌연, 현은 그 경계와 균형의 어디쯤엔가 자신이 서 있는 듯 어리둥절해진다.

깨끗하게 독을 제거한 후 국을 끓여 한 그릇을 덜어 놓았다. 그리고 다시 독이 들어찬 내장과 지느러미를 함께 넣고 팔팔 끓인다. 현은 덜어 놓았던 복국을 연화 앞에 내어 놓는다.

-처음 드시는 분은 싫어하셔서. 이건 보통 지리예요.

용은 벌써 독이 든 국을 후룩후룩 떠 마시고 있다.

-쥑이네!

용의 숟가락질이 빨라질수록 가슴이 떨려온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기 시작한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속옷을 흠뻑 적신다. 현은 두 발에 힘을 주어 버티고 서서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간신히 삼키며 미리 독을 섞은 껍질 무침도 용 앞에 내었다. 연화는 국에 손을 대지 않는다. 그런 그녀를 힐끗 보던 용이 자신의 그릇을 들이밀며 말한다.

-와? 맛 없노? 이거 함 묵어볼래? 찌르르 한 게 입맛 돋운다 아이가.

잠시 바라보던 연화는 자신의 그릇을 밀어내고 용의 것을 한 숟가락 떠먹는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놀란 현은 마음속으로 울부짖는다. 안돼! 독의 짜릿함에 놀란 듯 연화가 숟가락을 내려놓자 용이 재미있어하며 소리친다.

-와, 햇바닥이 쩌릿쩌릿하니 무섭노? 어데! 이깟 걸론 안 디진다!

막 손님들이 들이닥치자 현은 떨리는 마음을 감추며 달걀말이를 만들고 도토리묵을 무친다. 용이 연화가 맛보던 국을 도로 자기 앞에 가져다 놓는 모습을 놓치지 않으며 안주와 술을 나른다. 하지만 곧. …. 연화가 용의 손을 잡는다. 연화는 용의 복국을 다시 가져와 후루륵~ 한 번에 마신 후 복어껍질까지 우적우적 먹어치웠다. 섬뜩한 느낌에 쟁반을 손에 든 현이 뒤를 돌아보았을 땐, 이미 접시를 모두 비운 뒤였다. 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꼼짝할 수 없었다. 연. 화……. 그의 머릿속에는 바각바각 울음을 토해내는 복어가 떠다닌다. 거품을 물고 적대적으로 바각바각 이빨을 갈고 있는 푸른 복어가 바다 속으로 유영하며 사라지고 있다. 입술 끝에 담배를 문 용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온다.

-가시나! 좀 먹을 줄 아네!

깜박 잠이 들었던가…. 바각바각 이빨 가는 소리에 눈을 떴다. 꿈이었나…. 일어나 수조를 들여다보지만 복어는 보이지 않는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연화를 부축해 나가던 용의 모습이 눈앞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용은 노래를 부르며 완전히 늘어진 연화의 겨드랑이에 팔을 끼고 가게를 나섰다. 하얀 손이 제멋대로 움직였고 막 닫히는 문 너머로 찰랑. 물을 차듯 그녀의 말총머리가 뒤로 젖혀지며 흔들렸다. 현은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앉아 일어서지 못했다.

용과 연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미용실에서도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이제 더 이상 그에게 의미 있는 것은 없다. 바각바각, 이상하게도 밤이 되면 어김없이 복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현은 일어나 방문을 연다. 컴컴한 어둠이 거대한 손님처럼 가게 안에 내려앉아 그를 기다린다. 수조 앞으로 다가가 얼굴을 바짝 들이민다. 보그르르- 빈 방울이 물속에서 솟아오르다 톡톡 터진다. 텅 빈 수조 안에는 미끌거리는 물이끼만이 가득했다. 연화…. 연화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 연화를 찾아야 한다. 그 길로 현은 가방을 싸고 집을 나섰다.

그가 연화를 찾듯 용도 그를 찾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미용실에서였다. 떠나기 전에 미용실을 기웃거리던 현의 손을 누군가 바짝 잡아끌었다. 여자의 손은 강했고 단단했다. 연화의 친구라고 말한 여자는 당신과 연화가 만났던 사실을 용이 알고 있다고. 간신히 용만 살아났다고. 입원해 있다가 나온 용의 분노가 그를 향해 있다고 말해 주었다. 여자의 말을 들으면서도 현은 내내 마음속으로 한 가지 생각에만 집중했다. 연화는 절대로 죽지 않아.

그녀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밀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신의 치부를 들춰버린 신도의 텅 빈 마음.

점점 다가오는 사내를 바라보며 회를 입속으로 밀어넣는다.
얇고 쫄깃한 것을 오물오물 씹자
살아있는 녀석의 살점을 물어뜯은 듯 강한 탄성이 느껴진다.


▲그림=고보형 화가



고래는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다. 바다 속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형체만 알아볼 수 있을 뿐이다. 현은 썩은 채로 생명의 바다를 떠돌았을 고래를 생각했다. 살점을 여기저기 뜯기며 깊은 바다 속을 오래도록 헤엄쳤을 죽은 고래. 그것은 바다를 지키는 정령처럼 살과 피를 뿌리며 바다 속 생물들을 살찌웠을 것이다. 생명을 지키는 죽음. 현은 고래를 내려다보며 세상을 생물과 무생물로만 나눌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이미 그 경계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균형일지도 모른다. 이쪽과 저쪽을 아우르는 힘의 균형. 언젠가 술에 취해 중얼거리던 연화가 떠오른다. 삶과 죽음. 강자와 약자. 사랑과 증오. 균형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어느 한쪽도 사라질 수 없는 것이라면 모두를 가져가야 한다. 버리려 해도 버려지지 않는 것. 버리고 버려도 다시 생겨나는 것. 우리는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에 이쪽이나 저쪽으로 떨어지게 된다. 어느 때는 일부러 어느 때는 자신도 모르게 아무 쪽으로라도 한쪽 발을 더 깊이 딛게 되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이쪽과 저쪽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곳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고래의 죽음은 수많은 동물의 생명을 연장해 줄 잔칫상이었고, 복어의 독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동적 방어수단일 뿐이었다. 현은 흐물흐물해진 고래의 살점을 바라본다. 코를 찌르는 악취를 기꺼이 감내하며 거대한 놈의 사체를 또렷이 내려다본다.

바각바각, 바각바각.

귓속에서 이명처럼 들리는 소리. 현은 빠르게 주위를 둘러본다. 그의 눈엔 푸른 바다만이 출렁이고 있다. 그리고 순식간에 눈앞에 펼쳐지는 환영. …. 퉁퉁 부은 검푸른 손을 흔들며 바각바각 이를 갈고 있는 연화를 보자 목이 멘다. 바다 한가운데 서서 그를 보고 있는 연화. 현은 첨벙첨벙 바다 위를 걸어가 연화에게 재갈을 물렸다. 그만…. 이제 그만…. 바각바각, 연화는 재갈을 끊어 내며 사라졌고 현은 눈물조차 닦지 못한 채 바다 위에 서 있었다.

용은 그를 쫓고 있다. 현도 그것을 알고 있다. 용의 분노는 이제 연화의 죽음을 압도한 듯 보였다. 존재가 사라진 후에도 지속되는 분노란 어떤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하지만 용에게 자신을 내어 줄 순 없었다. 이 모두가 자신에게서 비롯되었고 스스로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어쨌거나 용에게 빌미를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은 떠나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연화를 찾아서. 어디엔가 존재하는…. 아니, 존재하지 않는 연화라도 꼭 찾고 싶었다. 현은 모래사장에 주저앉는다. 그녀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밀을 인정하는 것과 같다. 신의 치부를 들춰버린 신도의 텅 빈 마음. 현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곳에 그녀는 없다.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다.

문득 그악스런 허기가 뱃속을 쥐어뜯는 것을 느낀 현은 기어오르듯 해변을 나와 눈앞에 보이는 횟집으로 들어섰다. 자리에 앉자 창밖 멀리 몰려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현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제 홀로 남은 먼 바다. 사각의 창틀에 갇힌 바다는 고요하다. 더 이상 출렁이지 않는다. 그것은 어느 날 보았던 연화의 모습처럼 그저 달력 속 그림일 뿐이다.

아이를 잊듯, 연화를 그렇게 잊어버릴 순 없었다. 감내 할 수 없는 고통 때문에 기억의 창고에서 누군가를 또다시 내 쫓아선 안 된다. 끔찍했다. 버거운 일이었다. 그것을 견딜만한 힘이 현에겐 더 이상 없었다. 매번 아이를 기억 속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지루한 싸움을 했던가. 컴컴하고 바짝 마른 우물은 그에게 자멸에 이르는 검은 물만 내어줄 뿐이었다. 또다시 그런 짐을 지고 사느니 찾을 수 없는 연화를 찾아다니는 편이 수월한 숙명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젠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현은 생각한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 자신이 어느 곳에 서 있는지 분간조차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고래의 살점처럼 갈기갈기 찢겨 버렸다. 이미 사라진 조각을 찾아내어 퍼즐을 맞추지 않는 이상 현은 자신의 삶을 전처럼 되돌릴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되돌린다 한들 이전의 삶 또한 의미가 없었다. 삶이 아닌 삶을 굳이 찾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현은 머리를 세차게 흔든다. 가슴께에 통증이 밀려드는 듯 답답하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살아온 길의 경계 어디쯤엔가 서서 이전의 것을 바라보려 애썼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현은 답답함을 씻어 내려는 듯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들이켠다. 그 바람에 컵에 맺힌 물방울이 투둑, 냅킨 위로 떨어져 내렸다. 냅킨을 만지작거리던 현은 접힌 모서리를 들어 올려 조심스레 펼쳐 본다. 대칭으로 넓게 젖은 물의 모양이 나비의 날개 같다. 그것을 본 현의 얼굴이 구겨진다. 현은 어린 시절부터 데칼코마니를 좋아하지 않았다. 물감을 풀고 종이를 접어 누르면 똑같이 찍히는 모양이 신기해서 소리치긴 했지만 좋아서는 아니었다. 그것은 지루했다. 안정된 느낌일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오히려 찍기 전의 상태가 더 흥미로웠다. 물감이 채 마르기 전의 몽글한 상태. 곧 찍혀 나올 것을 기다리는 그 비대칭의 불완전한 순간이 더욱 설렜던 것을 기억한다. 아이와 함께 어떤 그림이 나올까를 기대하며 접힌 종이를 펼 때면 늘 논쟁이 오갔다. 와, 나비다. 난 새 같은데? 아빠 이건 나비예요….. 에이, 봐봐. 이게 부리고 이게 날개잖아. 아냐! 아빠 잘 봐. …. 펄럭, 그 순간 물방울 날개를 지닌 투명한 나비 한 마리가 냅킨 속에서 날아올랐다. 그것 봐. 나비잖아. 내가 나비라고 했지? 펄럭이는 투명한 날개 뒤에서 아이가 말을 하고 있다. 막 나비가 그의 눈높이까지 날아올랐을 때 횟집 주인이 탁, 접시를 내려놓았다. 그 바람에 나비는 후두둑, 물방울로 떨어져 내렸다.

타원형의 접시 위엔 얇은 복어회가 비닐처럼 깔려있다. 있는 듯 없는 듯 접시의 푸른 문양까지 고스란히 비쳐내는 그것을 내려다본다. 종잇장처럼 얇게 저며낸 복어의 살을 젓가락으로 막 집으려던 현은 창밖을 응시한다. 아른아른 신기루처럼 멀리서 누군가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는 것만 같다. 저건…., 용….인 것일까? 창밖의 사내는 모래사장에서 엎어지듯 흐릿하게 달려온다. 현은 점점 다가오는 사내를 바라보며 회를 입속으로 밀어 넣는다. 얇고 쫄깃한 것을 오물오물 씹자 살아있는 녀석의 살점을 물어뜯은 듯 강한 탄성이 느껴진다.

그래 언젠간 만나겠지. 나는 도망가지 않아도 도망가는 것이 되고. 너는 쫓지 않아도 결국 쫓는 자가 되겠지. 도망가지 않았다고 외치겠지만 결국엔 도망자일 뿐. 연화가 그랬지. 밤과 낮. 처음과 끝, 너와 나. 그건 결국엔, 결국엔…. 현명한 여자. 그녀는 알고 있었어. 그랬던 거지….

문을 연 사내가 현에게 물컹한 주먹을 휘두른다. 와장창- 종잇장 같은 복어의 살점들이 공중으로 느리게 흩날리는 것을 본다. 떨어진 접시가 촤르르- 소리를 내며 돌다 멈춘다. 바닥엔 물방울처럼 점점이 복어회가 떨어져 있다. 사내의 구둣발이 얇고 투명한 살점을 짓밟는다. 현이 그것을 집어 입속에 넣는다. 복어의 살점이 이 사이에서 으득으득 잘리고 있다. 혀 밑으로 녹아들어 목울대를 치고 사라지는 복어의 맛을 느끼자 바각바각, 거품을 문 푸른 복어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무엇이 진짜인 거지? 게으른 주인은 사내가 보이지 않는 걸까? 저리도 무심한 표정을 보니 그렇다면 이것은 환상인 것일까…?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내가 현의 멱살을 잡고 흔든다. 그때 펄떡, 황금색 지느러미를 흔들며 놀란 복어가 달아난다. 가지마! 현은 달아나는 복어를 향해 손을 뻗는다. 동시에 두툼한 주먹이 날아온다. 사내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밀어붙이고 현을 깔아뭉갠다. 쿵,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머리를 찧고 깜빡 정신을 잃었다 되찾는다. TV를 보던 주인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 목을 득득 긁으며 숫제 하품까지 하고 있다. 신기루의 사내가 다시 달려든다. 현은 눈 밑으로 흐르는 피를 닦으며 사내의 증오를 느낀다. 그 사이 복어는 저 멀리 보이지 않을 만큼 사라져 가고 있다. 복어를 향해 뻗은 손을 그만 내린다. 피곤하다…. 복어를 놓친 그는 사내에게 몸을 맡긴 채 눈을 감는다. 정말이지 피곤하다. 현은 천천히 혀를 훑어 입안에 남은 복어의 맛을 오래도록 음미한다. <끝>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00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