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산 '신목' 600년 세월 내일 마감

산방산 '신목' 600년 세월 내일 마감
  • 입력 : 2013. 12.23(월) 11:09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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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여년을 이어온 산방산 노송(老松)이 24일 생을 마감하고 전설 속'산방덕'으로 재탄생한다.

 서귀포시는 국가 지정 명승 제77호인 안덕면 산방산의 산방굴사 입구에 자리한 수령 약 600년생의 노송이 최근 재선충으로 고사함에 따라 사계리마을회와 함께 '산방산 신목 채벌 산신유고제'를 지낸 후 베어내기로 결정했다.

 베어낸 소나무는 재선충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약품처리 후, 산방굴사 앞에 '산방덕'형상으로 조각해 산방산의 수호신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이를 위해 시는 사계리마을회와 함께 산방산 소재 3곳 사찰의 스님들의 의식 집전으로 산신제를 지내, 신목에 서린 신령에게 벌채를 고할 예정이다. 이어 마을회가 산방산 신령에게 불가피하게 신목을 베어낼 수 밖에 없음을 알리는 고유제를 치를 계획이다.

 산방굴사가 있는 산방산은 제주서부지역의 명산으로 예부터 영험이 높아 많은 사람들이 이곳 산방굴사를 찾아 소원을 올리는 기원처이다. 조선시대 추사 김정희가 대정현에 유배왔을 당시, 추사의 절친인 초의 선사가 추사를 찾아와 이곳 산방굴사에서 잠시 머물며 기도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는 등, 산방덕이 전설과 함께 지난날 제주를 찾았던 수많은 명사들은 반드시 산방굴사를 찾아 시를 짓는 등 예부터 이름이 널리 알려져 왔다.

 특히 산방굴사 앞의 신목은 탐라순력도 '산방배작(山房盃酌)'에도 등장하는 등 수령 약 600년으로 추정되는 유서 깊은 노송이다. 안덕면 사계리 주민들도 이곳 산방산이 마을을 지키는 명산으로 여겨 해마다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성소로 삼아왔다.

 산방산 산방덕(山房德)이 전설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소원이었던 '산방덕'이라는 여신이 인간세상에 나와 고성목이라는 청년을 만나 부부가 되어 행복하게 살던 중, 대정고을 사또가 산방덕을 보고 그 미모에 그만 반해 신랑인 고성목에게 없는 죄를 씌워 옥에 가두고는 산방덕이를 빼앗으려하자 그녀 스스로 돌이 되어 산방산 동굴 천정에서 날마다 눈물을 흘린다는 슬픈 전설이다.

 윤봉택 문화재담당은 "100년이 넘은 나무를 베어낼 때에는 '고유제'를 지내 신령이 거주하는 곳을 옮기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노송에 부착했던 '지네발란'은 문화재청과 협의해 주변 암벽으로 이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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