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 싶다](41)제주섬 억새의 향연

[그곳에 가고 싶다](41)제주섬 억새의 향연
지는 가을 아쉬워 찾는 은빛 물결
  • 입력 : 2013. 11.22(금)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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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역이 억새꽃으로 넘쳐나고 있다. 제주시내권만 벗어나면 만발한 억새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주만이 갖고 누릴 수 있는 가을의 행복이다. 사진=한라일보 DB

제주섬 전역이 억새꽃의 은빛 물결로 넘쳐나고 있다. 섬 곳곳에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내며 수줍은 듯 고개를 내리고 바람을 피하는 억새의 장관은 제주섬이 간직한 가을의 비경이다. 중산간 지역을 고집하지 않더라도 시내권만 벗어나면 억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주만이 갖고 있는 가을의 행복이다.

억새는 볏과에 속하는 양지성 다년초이다. 잎은 긴 선형이며 7~9월에 황갈색 꽃이 핀다. 한때 제주섬 주민들은 잎을 베어 지붕을 잇거나 말과 소의 먹이로 사용하곤 했다.

9~10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채 자태를 자랑하던 억새는 12월을 목전에 둔 지금 강한 비바람을 견뎌낸 터라 빛깔은 많이 흐려졌다. 그럼에도 가을 햇빛에 반짝이는 모양새는 여느 때와 다름없다. 가느러지고 푸석해진 줄기 때문에 작은 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여전히 제주의 상징으로 꼿꼿하기만하다. 척박한 땅에서 비바람과 찬서리를 꿋꿋이 견디며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만큼 제주인의 강인한 삶의 저력을 상징하는 게 바로 억새다.

억새는 가을이 되면 언제나 그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찾는다. 관광상품으로 활용되는 등 제주에서 억새는 아주 친근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렇듯 흔한 억새지만 그래도 대장관을 보고 싶다면 군락지를 찾아보는 게 좋을 듯싶다.

제주시를 중심으로 동부지역으론 산굼부리 일대가 억새가 만발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햇살이 따가운 가을날 중산간에 발을 디딘다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곱게 자란 거대한 은빛 물결의 억새밭에 묻히고 싶은 충동을 쉽사리 억누르기 힘들다. 별천지에 왔음을 느끼며 제주의 가을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조천읍 교래리 인근도 억새를 접하고 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기는데 부족함이 없는 곳 중 하나다. 특히 동부권에 위치한 오름 대부분은 억새로 옷을 입고 있어 비경을 연출하고 있다. 특정 장소로 향하지 않아도 한적한 도로를 따라가다보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서부지역의 경쟁력은 드라이브 코스로 모자람이 없다는 것이다. 평화로가 장관으로 비록 군락으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도로 주변엔 억새가 가지런하게 피어있다. 서부지역에 위치한 오름에서도 억새는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경마공원 일대도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일주도로변에서 벗어난 해안도로에서도 억새를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듬성듬성 자리한 채 연신 앙증맞게 고개를 흔들어댄다. 푸른 색깔이 더욱 강해진 제주바다와 오묘하게 어울리며 한폭의 수채화 같다.

억새도 이제 끝물이다. 겨울이 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11월말로 접어드는 만큼 가는 가을이 너무도 아쉽다.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지금 떠나라. 억새가 떼로 고개를 내미는 중산간이 제격이다. 한적함을 느끼고 싶다면 해안도로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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