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철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33)불산과 불소화합물은 어떤 존재인가?

[변종철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33)불산과 불소화합물은 어떤 존재인가?
  • 입력 : 2013. 01.25(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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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개월 전(2012년 09월 27일) 경북 구미공단에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하여 인근의 모든 농작물(특별재난지역 선포)을 전량 폐기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발했다. 이 사고 지점 인근 지역 농작물(벼에서는 472.1ppm, 비닐하우스 멜론에서는 445.9ppm의 불산이 검출) 뿐만 아니라 차량 등에 피해 규모가 광범위했다.

근자에도 몇몇 지역에서 불산·염산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같은 맹독성 물질의 누출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안전 조치가 거의 전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구미공단의 경우는 사고 당일 작업자들은 보호장구를 갖추지 않은 채 탱크로리(tank lorry)에 올랐고 주변 직원까지 5명이 불화수소 기체에 노출돼 사망하고, 1만1300여명이 병원치료를 받는 등 지역 전체가 패닉(panic)에 빠졌다.

이 불산은 다른 산과 달리 피부를 뚫고 조직 속으로 용이하게 침투해 강력한 독성작용을 야기시킨다. 피부를 뚫고 혈액 속으로 들어간 불산은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부정맥과 심장마비 등 엄청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것은 불소 이온이 몸속의 칼슘(Ca)·마그네슘(Mg) 이온과 쉽게 결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소 원소(F2, fluorine, 플루오린)와 여러가지 불소 화합물은 유독하지만, 이들을 제어·관리·이용만 잘하면 다방면에 이용가치가 탁월하다. 불화수소(HF, hydrogen fluoride)는 끓는점이 20℃인 무색의 발연성 액체이며, 이것을 물과 혼합하면 불화수소산, 즉 불산이 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물질에 불소가 관여하고 있다. 이 원자는 결합력이 강하여 단일 원소 물질로 존재하지 않고 다른 원자와 결합하여 불소 화합물로 존재한다. 즉 불소 자체는 '화학계의 난봉꾼'이라고 칭할 만큼 반응성이 높은 원소이지만, 다른 원자와 결합하면 안정한 화합물을 출산하는 능력의 보유자이다. 그러므로, 이 원소와 화합물의 합성·이용·관리 방법을 확실하게 터득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며, 일상생활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지혜이다.

불소는 체내에 미량 존재하는 미네랄이다. 불소는 칼슘에 대한 친화력이 높으며 거의 대부분 뼈와 치아에 존재한다. 물과 음식물을 통해 섭취되며 혈액을 통해 이동한다. 혈액 속의 불소는 대부분이 혈장 속에 존재하고, 연조직보다 경조직에 잔류한다.

경조직으로 이동한 불소는 수산화인회석(Ca5(PO4)3OH)과 불화인회석(Ca5(PO4)3F) 간에 가역적으로 결합한다. 무른 이빨 재료인 수산화인회석을 단단한 불화인회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약 1ppm의 불화이온(fluoride ion, 플루오린화 이온)이 필요하다.

불소는 치아 표면을 튼튼히 해주는 물질로 산 등의 공격으로부터 치아를 보호함으로써 충치 예방에 효과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불소함유 치약이 탄생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수돗물 불소화 사업'과 관련하여 불소화합물에 대한 유해성 시비가 진행되고 있다. 즉, 불소의 과잉증상으로 불소침착증, 치아에 착색반점 형성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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