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철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30)식물의 자기 보호수단의 정체

[변종철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30)식물의 자기 보호수단의 정체
  • 입력 : 2012. 12.14(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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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는 자기만 아는 여러 개의 비밀 장소에 분산해서 도토리를 숨긴다. 다람쥐도 한 계좌에 집중 투자했을 때 위험부담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귀여운 다람쥐가 아끼는 도토리는 타닌(tannin)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꽃도 강한 독성을 함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자연생태계를 학습하면서 인간의 삶에 유익한 자료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대지가 자연의 밑거름이면, 인간은 자연, 즉 식물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양한 식물들은 타닌을 자신의 방어체계에 사용한다. 특히 도토리에는 타닌이 다량 함유돼 있다. 타닌은 식물에 널리 존재하는 폴리페놀(polyphenol) 화합물의 한 형태이다. 타닌이 떫게 느껴지는 것은 이것이 침속의 단백질과 반응하여 침전물을 만들기 때문이다.

흔히 적포도주와 육류의 궁합이 잘 맞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육류의 단백질과 포도주의 타닌이 반응해 타닌의 수렴성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초식동물 뿐만 아니라 사람도 이 타닌을 과량 섭취하면 위험한다.

타닌이 모든 동물에 위험한 것은 아니다. 다람쥐에게 도토리는 훌륭한 먹잇감이다. 타닌을 분해할 수 있는 소화기 장치가 갖춰져 있는 동물은 이것이 많이 함유된 식물조직을 섭취해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식물들의 방어수단에는 매운 고추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들이 많다. 정원용 화훼식물인 디기탈리스(digitalis)는 외관상으로는 곱지만, 내면에는 강력한 독을 품고 있다.

이 디기탈리스는 꽃봉오리가 골무처럼 생겨서 '요정의 골무', 여우가 장갑을 낀 모습이어서 '여우의 장갑', 그리고 심장관련 질환에 빠짐없이 관여해 '심장초' 등의 별명을 지니고 있다. 이 식물은 화려함 속에 독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이 독을 조심스럽게 추출·정제·희석시켜 신부전증과 같은 심장질환에 좋은 효과를 가진 약품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 인간은 꽃을 피우는 식물의 화학적 방어무기 체계로부터 다양한 약품을 개발했다.

'많을수록 더 좋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상식이 인간을 죽게 할 수도 있다. 즉, 고단위 농축상태의 독성과 약품의 과용은 인간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식물 자신의 방어 목적으로 생성시킨 독 성분 이용법을 알고 있다.

어떤 꽃을 피우는 식물은 우리의 뇌 속에 있는 주요 성분을 모방한 화합물을 생산하기도 한다. 이것들은 인간에게 중독성이 강한 물질들이다. 코카나무가 코카인(cocaine)을 만들고, 양귀비는 모르핀(morphine)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이러한 물질의 화합물은 인간과 같은 포유류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아편은 양귀비에서 얻어지며, 약 20종의 알칼로이드를 함유하고 있다. 이에는 모르핀, 코데인(codeine), 테바인(thebaine), 파파베린(papaverine), 노스카핀(noscapine) 등이 있다. 정제하지 않은 아편의 약 10% 정도는 모르핀이며, 아편 효과의 일차적인 원인이다. 이것은 진정작용과 의식을 잃게 하는 강력한 진통제로서 의학적으로 가치가 있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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