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철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29)모발·피부 색깔의 오묘함

[변종철의 재미있는 과학이야기](29)모발·피부 색깔의 오묘함
  • 입력 : 2012. 11.30(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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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색의 다양성은 심미적·시각적 측면에서 즐거움을 선사한다. 색은 디자인과 함께 건물, 의복, 음식, 식기, 자동차, 신발, 실내장식 등 다방면에 걸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의학 대체 분야로 색채치료학(colortherapy)이 심도있게 논의·발전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인간의 모발색, 피부색, 나무잎색 등을 관찰하면서 주위 환경과 자연 섭리를 음미하는 것은 삶의 질, 즉 행복감과 건강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일 것이다. 국화 향기가 익어갈 때 적·황·갈·녹색의 나뭇잎을 바라보면 저절로 호르몬 분비가 촉진될 것이다.

모발의 색은 왜 다양할까? 털의 색은 모낭 내에 있는 멜라닌 세포가 생성하는 색소의 함량에 의존한다. 멜라닌 세포가 만드는 색소는 보통 흑·갈색(eumelanin)이다. 멜라닌(melanin, 그리스어로 검은색을 나타내며 자연계의 도처에 존재하는 색소)의 함량에 따라 검은색, 갈색, 금색 등으로 털의 색깔이 달라진다. 붉은 모발은 다소 다른 면이 있다. 멜라닌 색소 중에는 적·황색을 띠는 것(phaeomelanin)이 있는데 이 색소의 함량에 의해 붉은 정도가 변한다.

노화가 되면 흰머리가 생겨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이가 들면 멜라닌 세포의 활동성이 감소하여 색소를 생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모낭부터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하룻밤 사이에 머리가 하얗게 변하지는 않는다. 노화에 의해 모발이 희게 변하는 것은 녹색의 잎이 단풍으로 변하는 자연현상과 같을 것이다.

'섣달 그믐날 밤에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는 말이 있다. 지혜가 번뜩이는 표현이다. 그 뜻에는 지난 한 해에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면서 미래지향적 사고의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경책하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을 것이다.

모발과 함께 피부의 색에 대해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깨끗한 피부를 위해 무조건 미백 기능성 화장품 등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피부의 구조와 성질을 먼저 관찰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그래서, 건강한 모발과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근본적인 치유책을 찾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피부색은 헤모글로빈의 붉은색, 기저층의 멜라닌으로 구성된 갈색, 유극층에 있는 케로틴(carotene) 황색이 과립층에서 종합적으로 표현된다. 그래서, 이 세 가지 색소가 피부에 함유되어 있는 양에 따라 그 사람의 피부색이 결정된다.

백인 표피는 보통 엷으며 비교적 혈액의 붉은 색이 잘 투시되는 상태, 황인종의 경우는 유격층에 포함된 케로틴 황색소가 비교적 많아서 노란빛을 띠는 상태, 그리고 흑인은 기저층의 멜라닌 색소인 갈색이 많이 존재함으로 검게 표현되는 상태이다.

의복, 실내장식, 과일, 채소 등에서 색의 선택은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리고, 산업현장에서도 상품의 다자인과 함께 색의 다양성이 인간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색은 단순한 색이 아니고, 바로 에너지의 다른 표현이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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