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석과 함께 하는 포스트독서]<br>쿠다 히데오의 소설 '꿈의 도시'

[손봉석과 함께 하는 포스트독서]<br>쿠다 히데오의 소설 '꿈의 도시'
꿈을 좇는 도시민의 어두운 현실
인생의 중요한 것에 대한 물음 던져
  • 입력 : 2011. 02.15(화) 00:0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꿈의 도시'를 쓴 오쿠다 히데오는 일본사회의 문제점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작가이다.

전혀 다른 환경과 성격을 가진 다섯 명의 주인공들은 평범하게 우울한 일상을 보내는 인물들이다. 생활보호비 수급자를 줄여야 하는 공무원, 도쿄에서의 대학 생활을 꿈꾸는 여고생, 노인들을 대상으로 사기 세일즈를 하는 전직 폭주족, 마트 식품 매장의 좀도둑을 적발하는 보안요원, 출세 가도의 야망을 안고 사는 재력가 시의원이 그들이다.

오쿠다 히데오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불균형적인 경제 발전으로 인해 쇠락해가는 지방 도시를 말한다. 한편 가정 폭력, 은둔형 외톨이, 사이비 신흥 종교, 정치권의 세습, 사기 세일즈 등 현대의 부조리한 사회상과 그것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한편 오쿠다 히데오스러운 유머도 곳곳에 배치되어 웃음과 진지함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첫째 딸은 도남초등학교 1학년 3반이다. 그리고 1학년 3반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만난다. 이번달에도 주말을 맞아서 키즈카페에서 모였다. 30명이 넘는 부모들과 아이들이 키즈카페의 구석에 있는 가장 큰 방을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부모들 모임에 아빠는 나 혼자였다. 아이들 학원이나 행사에 가보면 역시 아빠는 없다. 당연히 아빠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아이들은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해외 여행을 가면 엄마와 아이들 뿐이다. 아빠들은 일하느라 못왔다고 한다.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 교육의 핵심에는 아빠가 있었다. 그런데 먹고 살만해지면서부터 가족이란 이름에서 아빠의 존재는 없어졌다. 누구의 잘못인지 모르지만 먹고 살만해질수록 아빠들은 더욱 돈벌이에 내몰려졌다.

내 아이가 졸업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얼마 전 초등학교 졸업식에 갔었다. 학교측에서 특별한 연락은 없었다. 졸업식이라는 것을 딸과 이야기 하다가 알았다. 딸은 1학년이라서 졸업식날 일찍 학교에서 돌아온다고 하였다. 나는 학교운영위원이기 때문에 학교 졸업식이 궁금해서 참석하였다. 그런데 졸업식에 참석한 운영위원은 위원장과 나 뿐이었다. 운영위원장은 장학금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연락을 한 것이다. 며칠 후 결혼식장에서 다른 운영위원들을 만났다. 왜 졸업식에 오시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운영위원들은 당황해하며 답했다. 졸업식인 줄을 몰랐다고 한다. 자녀들 중에 졸업하는 아이들이 없으니 당연히 몰랐다는 것이다. 내 입가는 씁쓸함으로 물들여졌다. 하루에 한번만 아이들과 대화를 해봐도 이 정도는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선진국 문턱에 있는 우리들의 가족에는 대화가 없었다. 엄마의 잔소리와 아빠의 무관심이 빠르게 대화의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얼마 전 설문조사에서 돈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 스포츠 선수들은 기형이라고 한다. 한 가지 근육만 발달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기형이다. 우리에게는 가족의 행복이나 친구라는 근육은 사라지고 돈이라는 지방덩어리로 가득차 있다. 이 책을 읽었다면 다시 한번 우리가 생각하는 꿈의 도시를 생각해보자. <공인회계사 : @seomcpa, sbs@e-jejutax.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31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