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쓰게마씨](11)소리꾼 양정원씨

[제주어 쓰게마씨](11)소리꾼 양정원씨
삼춘덜, 사투리 노래 들어보십서
  • 입력 : 2008. 05.22(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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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를 노랫말로 한 창작가요 음반을 낸 소리꾼 양정원씨. 아이들도 함께 따라부를 수 있는 제주어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사진=강경민기자 gmkang@hallailbo.co.kr

지난 3월 작사·작곡 도맡은 제주어 가요 음반

'곤밥'등 정겨운 노랫말 … 팍팍한 삶에 온기를

볕좋은 어느날, 한 사내가 동백나무 그늘 아래 앉아 기타를 튕긴다. 동네 할머니들이 지나가다 한마디씩 한다. "기타만 두드린다고 살아지나? 돈이라도 벌어야 할 것 아니냐." 세상살이가 늘 봄볕 같을까만은 기타 치며 노래하는 한 길을 걷다보면 볕들날이 있지 않을까.

통기타를 메고 노래하는 소리꾼 양정원씨(41). 그가 직접 노랫말을 쓰고 곡을 붙인 '멘도롱 또뜻해사 살아집주'의 가사를 풀이해놓으면 이렇다. 그의 마음이 꼭 그럴 것 같다.

2001년 2월에 첫 콘서트를 가진 양정원씨는 교통사고로 후유장애를 앓고 있는 가수로 알려져있다. 손가락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처지이지만 그래도 있는 힘을 다해 기타줄을 튕기고 노래한다. 지금까지 열차례 가깝게 콘서트를 열었고 두 개의 음반을 냈다.

'삶 그리고 사랑의 노래'로 이름붙여진 첫 음반(2007)부터 제주어 노래가 있었다. 고단한 노동을 이어가야 했던 섬의 여인들을 노래한 '우리 어멍덜 하영 속앗수다'등 2곡이 음반 말미에 실렸다. 한때는 이 노래들을 '서울말'로 바꿔부르기도 했다. 그랬더니 그 맛이 안났다. 노랫말에 실린 감정을 전달하려면 제주어로 부르는 게 맞춤했다.

지난 3월에 나온 두번째 음반 '제주인의 삶을 노래하다'는 아예 제주어 창작가요만 모아놓았다. '걱정시꽈', '비야비야 오지말라', '만덕할망 정신 살려삽주' 등 8개의 수록곡은 모두 그가 작사·작곡한 노래다.

제주땅의 수많은 '삼춘'들을 생각하며 써내려간 노랫말엔 거친 환경을 일궈온 섬의 일상이 묻어난다. 유년시절을 난 성산읍 수산리에서 경험했던 여러 풍경들도 거기에 겹친다. 팍팍한 삶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마시라. 양씨의 노래엔 그런 메시지가 있다. 민요의 그것처럼 메기고 받는 듯한 '삼춘'이나 일년에 두번 멩질(명절)날 먹었던 흰쌀밥에 얽힌 사연을 노래한 '곤밥'은 그중 인기가 많다.

"어머니, 할머니한테 들었던 말이나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노랫말로 써내려갔다. 그래서인지 공연장에서 만나는 40~60대 연령의 청중들은 제주어 노래를 특히 좋아하더라."

그는 제주어 노래를 알리는 데 적극적이다. 표선면 제주민속촌박물관에서 주말마다 무료로 공연을 열고 있고, 1주일에 한번꼴로 펼쳐지는 제주문화포럼의 '마을로 찾아가는 문화토론 마당'에도 출연하고 있다. 양로원을 찾아가는 공연도 조용히 진행해왔다. 올 여름에는 한라수목원으로 향할 공연 일정을 짜놓았다.

제주어 음반을 낸 이후 섬 안팎에서 그의 노래를 듣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내년 봄 새로운 음반을 묶어낼 예정이라는 양씨는 서울 무대에서 활동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한햇동안 무대에 서며 꼬박 모은 돈을 음반 제작에 쓰고 나면 남는 게 없지만 꿈은 버릴 수 없다.

"제주어 노래 창작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제주어를 자주 사용하는 어른들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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