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햇살이 술이었던가 바람이 춤이었던가(강영임 시집)=유휴열 작가의 조형물에서 따온 '추어나 푸돗던고 2-당신에게'의 시구를 표제로 삼았다. "밑동 흔든 바람도/출렁이던 고비도/ 오래 만지다 보면 결 고운 무늬가 돼"('빛나는 것들은 모두 별')라는 구절이 적힌 첫 장을 넘기면 여린 존재들에 시선이 머무는 시편들이 펼쳐진다. "살아내려 애쓴 날들"의 사연이 거기에 있다. 도서출판 상상인.
▶야생화와 혁명가 사이(고주희 시집)="봄은 왜 끝나지 않는 불면인지"를 묻고 있다. "저는 뒤척이는 오름과 바다를 오가는/ 당신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받아 적습니다"('새빌오름')라는 시의 화자처럼 시인은 그날과 그 이후의 시간들을 껴안는다. "매일 밤, 얼굴을 감싸 쥐었을 그 여자"가 살았던 제주 땅에서 출발해 섬 바깥으로 시선을 넓혀 "차마 입을 뗄 수 없는 이야기"와 마주한다. 걷는사람.
▶섬에선 모든 길들이 바다의 목줄이다(이애자 시집)=돌담에서 '제주 사람'을 본다. "부러, 바람 앞에 틈을 내준 밭담들 보라// 어글락 다글락 불안한 열 맞춤에도// 쉽사리 허물어지지 않는 엇각을 지니고 있다"고 노래한다. 제주 바다, 풀꽃, 오름이 있는 풍경 속에 섬 사람들의 지난한 삶이 흐른다. 잼을 만들거나 깨를 볶는 등 일상에서 발견한 시들엔 "사는 맛"이 있다. 한그루.
▶아버지의 나무(이철수 시집)="현재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다니고 있으며 과수원을 벗 삼아 시를 쓰고 있다"는 시인이다. "아름다운 꽃 달콤한 열매"와 같은 아버지의 내리사랑을 그려낸 시편들 속에 시 속 화자는 "추위쯤 껴안고 품을 수 있지만/ 아버지 피가 얼지 않게/ 아버지 심장이 식지 않게/ 따뜻한 봄이 기다려진다"('봄을 기다리는 이유')고 했다. 황금알.
▶다시, 봄을 꿈꾸며(김경택 시집)='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장으로 나눠 시를 묶었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봄날의 '편지'를 시작으로 사계절을 지나 다시 봄을 맞았지만 그대가 오지 않았기에 그 봄은 봄이 아니다. "생이 뜨거우면 가시도 무성하다고/ 우리는 절망 속에서도 살아가야 하는 것/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별보다 아픈 하루"('늦은 밤, 거리에서')를 건너며 다시 봄을 기다린다. 한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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