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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도둑고양이처럼 오던 가을이 무슨 날강도처럼 훅 들어오나." 한마디 내뱉는 아빠 따라 엄마도 맞장구를 친다. 하필 고양이라니. 서당 개 삼 년에 풍월이라면 집고양이 십 년에 심청가 한마당 못할까만, 아침부터 구시렁댈 것까지는 없고, 냐옹! 이름은 치즈. 수컷이니 젖 짜 먹자는 건 아닐 터. 간간이 들르는 형과 누나까지 식구로 산다. 나이는 열 살, 사람으로 치면 환갑쯤이라는데, 대하기로는 늘 막내 취급에 경로우대는 언감생심. 둘이 일을 나가면 혼자만의 시간. 볕이 들고 창가에 웅크려 앉으면 발치 아래로 보이는 작은 세상. 날것들이 한참을 시끄럽게 떠들다 가면 곧 녀석들이 나타난다. 끌려가는 녀석, 한자리에 꼼짝 않는 녀석, 허공에 짖어대는 녀석, 아무 데나 쉬하는 녀석. 날것들만큼이나 어수선한 개 너덧 마리. 눈길 주기도 싫은 것들이라 그러건 말건 졸듯 깨듯 한갓진 시간을 엔조이하려는데, 조이? 그 망할 녀석, 쪼이. 나는 지난날을 반추해 보는 것이다. 녀석을 보기 전까지 삶은 얼마나 평온했는가. 동트고 얼굴을 비벼대 아빠를 깨우면 살살 머리를 쓰다듬고 턱밑도 얼러준다. 사료 그릇 앞에 앉아 눈 깜박깜박 버티면 참치에 닭고기가 나오고, 몸 몇 번 문대주면 따라오는 빗질에, 드러누우면 제 등 긁던 효자손으로 배도 긁어주었지. 입이 심심해 엄마 손 내놓으라 하면 어느 가락인들 안 아플까만 열 손가락 다 내주기도 하고. 틈 없는 보살핌에 난 그저 시크하며 쿨하게 도도한 날을 보내면 되던 거였다. 이태 전 이맘때. 엄마의 남동생이라는 이가 집에 들어서며 데려온 강아지. 몸은 나와 비슷한데 뽀글뽀글 털이 눈까지 덮은 꼴이 심청이 아버지라도 답답할 지경. 뭐에 쪼여 사는지 이름이 쪼이라 하고, 들어오자마자 하는 꼴이 가관. 마장마술 걸음에 토끼 마냥 껑충껑충. 이리저리 번갈아 안고 핥더니 앉으라면 앉고 일어서라면 일어서고, 굴러라 자전 돌아라 공전까지, 지켜보는 식구는 입이 함박만. 적당한 밀당이 반려동물의 국룰이거늘 배알은 씨알만큼도 없이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 나의 도도한 일상은 그 오후가 마지막. 눈만 마주치면 이리 오너라, 저리 가라는 기본에 요즘 재미 붙인 면봉 놀이는 어떤가. 휙 던져주고는, 물어오면 던져준다 하고서 끝. 뿐만인가. 츄르를 주면서도 앉아라, 일어서라, 누워라, 굴러라. 이 딜레마를 어쩔까. 하자니 개 같은 놈이요, 안 하자니 개보다 못한 놈이라. 결국, 한두 번 앉고 일어서 주긴 하는데 그 미친 반응. 말 듣는 고양이라느니 멘사 냥이라느니 식구들은 또 입이 함박만 하고. 모질고 풍진 세상이 서글퍼 나는 방구석을 찾는데. 계시거든 보소서, 바스테트 신이시여. 뽀글이! 잘 지내겠지. 늙은 냥이의 푸념이니 그러려니 하게. 따지자면 그대 탓만이겠는가. 내 늘그막은 이제 그른 듯하고 자네는 젊은 날을 맘껏 누리시게, 그리고 부탁 하나 함세. 집에는 다시 오지 말.개. <신순배 수필작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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