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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여기] 제주 첫 전국장애인체전 연계 미술전
"보고 만지고 느끼는 모두의 전시를 위해"
도문화진흥원 '다시, 보는 법' 장애·비장애 작가 11명 초대
1·2전시실 회화·설치·공예 … 서로 다른 몸과 감각의 '보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6. 09.10. 17:51:55

손끝으로 만날 수 있는 함현영의 '껍데기 욕망'.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눈으로만 감상해 주세요." 전시장에서 흔히 보는 안내 문구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벽에 걸리거나 바닥에 설치된 작품 일부를 손으로 만질 수 있다.

10일 오전 제주문예회관 1전시실. 한 관람객이 돌탑처럼 높다랗게 쌓아 올린 작품 앞에 쪼그려 앉아 돌멩이 모양의 도자기 표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양형석의 '소망의 정원'(2026)이다. 양 작가는 작품 제작 과정과 배경을 담은 전시 설명문 말미에 이렇게 썼다. "지금 제 작품을 보고, 만지고, 느껴보시면서 예술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입체·설치 작업을 하는 함현영 작가도 손끝으로 만날 수 있는 '껍데기 욕망'(2026)을 출품했다. 함 작가는 인조 가죽을 자르고 실과 바늘로 꿰매는 손바느질 등으로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표현한 이 작업을 경험하는 이들에게 "지금 내가 세상과 마주하기 위해 어떤 마음의 방어막을 두르고 있는지 조용히 돌아보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한 관람객이 양형석의 '소망의 정원'을 손으로 만지고 있다. 진선희기자

최정우의 '편견 없이 말하기 위한 장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들이 놓였다. 진선희기자

제주도 문화예술진흥원이 제주에서 처음 열리는 제4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와 연계해 마련한 기획전 '다시, 보는 법'. 이날 막이 올라 이달 24일까지 문예회관 1~2전시실에서 이어지는 이 전시는 장애 예술가들의 '장애 극복' 서사 대신에 대상 작품을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동시대 미술로 바라보며 누구든 편안하게 회화, 공예, 설치 작품 등을 감상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참여 작가는 강성도·김석현·김은설·김혁종·백주순·성정자·양형석·이용원·최정우·함현영·현석빈 등 도내외 장애·비장애 작가 11명. 작가별 작품 내용을 쉽게 풀어낸 커다란 안내판, 작업 재료 등을 보여주는 투명 상자, 의자가 놓인 음성 안내 헤드셋과 점자 자료를 배치하는 등 모두를 위한 전시로 꾸몄다.

전시실 입구에는 기획전 취지를 소개하는 수어 영상이 흐른다. "누군가에게는 듣는 일이 보는 일이 될 수 있고, 만지는 일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보는 법'은 사람마다 서로 다른 감각과 방식으로 세상을 만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그 차이를 함께 마주해 보는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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