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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화의 건강&생활] 호스피스를 아시나요?
한치화 hl@ihalla.com 기자
입력 : 2026. 09.02. 02:00:00
[한라일보] 암을 완치시키려고 큰 수술을 받은 뒤 항암치료 중인 환자의 부인이 "호스피스는 언제부터 시작합니까?"라고 물어온 적이 있다. 당혹스러웠지만 "지금은 암을 고치려고 열심히 치료하는 단계이지 호스피스를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만큼 호스피스가 아직 덜 알려져 있다는 이야기다.

1980년 봄 미국에서 부임한 종양내과 교수님이 호스피스를 처음 소개했다. 그 시절 나이 지긋한 교수님들이 "호스피스가 저세상 갈 때 웃으며 가자는 것인가?"라고 농담하던 기억도 새롭다. 호스피스는 원래 오래전 서구 사회에서 병든 순례객을 돌봐주던 활동이다. 근대적인 개념의 호스피스는 1950년대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모든 사람들과 작별하기 전 자신의 삶을 가다듬고 완결하는 곳, 죽음을 앞두고 멈추어 휴식하는 '장소'를 의미했다. 이후 특별한 장소 대신 적극적인 치료가 아닌 '간호와 증상관리 및 돌봄', 나아가 '말기 환자와 가족에게 입원 또는 가정에서 간호를 연속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정의가 바뀌었다.

우리나라의 호스피스 활동은 1965년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이 강릉에 개원한 '갈바리의원'에서 시작되었고, 1980년을 기점으로 종교 단체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어 왔다. 지금은 개인 단체는 물론 병원과 종교기관을 중심으로 호스피스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호스피스 돌봄을 위해서는 상당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암이 말기에 접어들면 환자와 가족은 정신적 고통을 겪고, 환자를 돌보느라 수입이 줄거나 간병인 고용과 장기 입원 등으로 경제적 부담도 커진다. 최근 호스피스 돌봄 비용 일부를 의료보험공단에서 지불하는 제도가 마련되었지만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호스피스 돌봄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호스피스 봉사는 어려운 처지의 남을 돕는 기쁨을 넘어 생명의 고귀함을 깨닫게 해 준다. 봉사자들을 위해 취업, 주택 구입, 금융대출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등 국가 차원의 장려 정책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호스피스 환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지난 세월 풀지 못한 가족들과의 문제를 듣게 된다. 이런 경우 환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가능하다면 환자와 가족들에게 '화해'와 '용서'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서구로부터 들어온 호스피스가 유교적 사고에 젖어 있는 우리 사회에 정착하고 발전하려면 인문·사회학적 및 종교적 연구도 필요하다.

암환자들을 진료해 온 경험을 반영해 호스피스를 '암을 고치기 위한 치료법이 더는 마련되지 못한 환자에게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이하도록 신체적·정서적·사회적·영적으로 돕는 활동'이라고 하고 싶다. 인생의 마지막 길을 힘들게 헤쳐가는 환자를 위해 활동하는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보낸다. <한치화 제주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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