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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길은 어디론가 이어지며 어딘가로 향한다. 어느 길은 곧게 뻗고 어떤 길은 구불거리며, 어느 길은 더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고 어떤 길은 조금 돌아가게 한다. 우리는 길 위에서 어딘가로 향하고 누군가를 만난다. 그래서 길은 한 사회가 어디로 향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제주는 지금 새로운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제주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압축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성장의 속도만큼 도민 삶의 질이 향상되지는 않았다. 관광객이 늘었음에도 도민의 삶은 더 팍팍해졌고, 경제 규모가 커졌음에도 골목 상권은 활력을 잃었다. 더구나 개발이 이어지는 만큼 공동체는 조금씩 느슨해졌다. 좋은 길은 멀리서 시작되지 않고, 늘 가까이 있는 사람 곁에서 시작된다. 갈림길에 선 제주의 길은 도민과 함께하는 행정의 길, 경제의 길, 그리고 공동체의 길이여야 한다. 도민과 함께하는 길은 현장을 많이 방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민들의 요구와 기대를 가장 먼저 듣고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다. 현장은 행정이 답을 알려주는 공간이 아니라 답을 배우는 공간이어야 한다. 민원이 줄어드는 사회보다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는 사회가 더 좋은 사회인 것처럼, 행정 서비스의 질은 얼마나 많은 사업을 했느냐보다 얼마나 도민의 시간을 아껴주고 삶을 편안하게 만들었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경제의 길도 마찬가지이다. 제주의 경제는 관광이라는 큰 나무 아래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큰 나무 하나만으로 숲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농업이 건강해야 식품산업이 살아나고, 마을이 살아야 관광도 제주다운 경쟁력을 갖춘다. 소상공인이 웃어야 지역경제가 순환하고, 청년이 머물러야 미래가 이어진다. 기본이 튼튼한 경제란 화려한 숫자가 아니라 서로를 지탱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관광과 농업과 미래산업이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관계가 되고, 도시와 농촌이 따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제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경제가 만들어진다. 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이 걸으며 다져지고, 시간이 흐르며 비로소 제대로 된 길이 된다. 제주의 올레길은 가장 빠른 길이 아니나 가장 제주다운 길이다. 천천히 걷고, 풍경을 바라보며, 함께 걷는 사람을 만나게 한다. 빠름보다 여유를, 효율보다 관계를 가르쳐 준다. 제주의 미래도 그런 길이여야 한다. 조급한 성과를 좇기보다 방향을 잃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그 바탕 위에서 사람을 중심에 두고, 현장을 기준으로 삼으며, 기본이 튼튼한 경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비록 그 길이 지루하고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제주 공동체는 그 길 위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돌담처럼 굳건히 서 있을 수 있다. 좋은 길은 목적지에 다다르기 전에 걷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민선 9기의 길도 그러했으면 한다. 결국 제주가 나아갈 길은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는 길이여야 하기 때문이다. <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법학박사>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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