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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지난달 말,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국빈 방한했다. 이번 방문은 이재명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이 공유하는 고난과 희망의 서사를 되짚어 보게 한다. 가난한 '소년공' 출신으로 공장 기계에 잘린 새끼손가락과 으스러진 손목 관절, 그리고 그들이 극복해 낸 사법적 핍박이 그것이다. 두 사람의 인생 역정은 시공간을 달리했을 뿐 마치 한 사람의 삶을 투영하는 듯한 평행이론을 보여준다. 이들의 삶은 '결핍'에서 출발했다. 룰라는 구두닦이와 신문팔이를 전전하다 14세에 선반공이 됐고, 그때 잃은 새끼손가락은 그의 노동 운동과 정치 인생의 상징이 됐다. 소년 이재명 역시 성남 상대원공단에서 프레스 사고를 당해 왼쪽 팔에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다. 두 소년은 정규 교육 대신 기름때 묻은 현장에서 세상을 배웠고, 사회의 불평등을 온몸으로 겪었다. 이러한 배경은 두 사람이 집권 후 '실용적 복지'와 '사회적 약자 보호'를 국정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 근간이 됐다. 정치적 성장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밑바닥 소년공 출신의 등장은 변화를 거부하는 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왔다. 브라질 사법부는 증거도 없이 '억지 혐의'를 씌워 그를 부패 정치인으로 몰아세웠으나, 훗날 대법원에 의해 무죄판결이 내려지며 이는 '사법의 정치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성남시장 시절부터 전방위적인 수사와 보수 언론의 공세 속에서 끊임없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러한 압박은 역설적으로 사법 개혁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력이 됐다. 두 정상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극우 이념을 앞세운 종교 세력과의 갈등이다. 브라질의 보수 복음주의 개신교 세력은 룰라를 '사회주의자'로 낙인찍고 기득권 사법 세력과 정치적 동맹을 맺었다. 한국의 극우 개신교회들은 이재명에게 좌익 프레임을 씌우며 정치적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일부 종교 세력은 보수 정당에 당원으로 가입해 반(反)이재명 정치활동을 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이다. 룰라 대통령은 정계로 복귀한 뒤 복수하기보다, 경제 회복과 기아 탈출이라는 실용적 해법을 선택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했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수많은 사법적 장애물을 넘어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두 사람이 지향하는 실용이란 '좌우'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빈부 차이라는 '상하' 격차를 줄이는 민생정책을 펴는 것이다. 앞으로의 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이 아니다. 트럼프의 신제국주의 질서가 강요되고, 미증유의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의 첨단 기술력에 브라질의 방대한 자원과 시장을 결합해, 불확실한 글로벌 공급망 환경 속에서 양국이 서로의 전략적 요충지가 되겠다는 약속의 자리였다. 그 결실로 양국관계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격랑의 시기에 두 '소년공'이 머리를 맞댄 모습은, 그 자체로 이 시대가 갈구하는 희망이자 위안이 되고 있다. <김양훈 프리랜서 작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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