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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혁의 건강&생활] 귓불 주름이 보내는 뇌 건강의 경고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입력 : 2026. 01.21. 02:00:00
[한라일보] 귓불 주름, 흔히 '프랭크 사인'이라고 불리는 이 주름은 한쪽 또는 양쪽 귓불에 약 45도 각도로 깊게 파인 사선형 주름을 말한다. 이 특징은 1973년 미국 의사 샌더스 프랭크가 협심증 환자에게서 이러한 주름이 자주 나타난다는 사실을 보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한때는 단순한 노화의 흔적으로 여겨졌지만 이후 연구가 이어지면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혈관성 치매와 같은 심뇌혈관 질환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최근에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치료를 받은 방송인의 귓불에서도 이 주름이 관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대중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실제로 귓불 주름은 나이가 들수록 더 흔하게 나타난다. 20대에서는 약 14.7%에서 관찰되지만, 평균 연령 70세의 정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에서는 42.6%에 달하는 비교적 높은 빈도가 보고됐다.

최근 연구들은 이처럼 단순해 보이는 신체 징후가 심장 질환뿐 아니라 뇌혈관 건강, 나아가 인지기능 저하와도 관련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귓불 주름은 뇌의 소혈관 질환의 정도를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표지자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뇌의 소혈관 질환은 혈관성 인지장애와 치매의 중요한 병리적 기반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질환은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진단을 위해서는 뇌 MRI와 같은 영상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귓불 주름은 임상 현장에서 뇌혈관 건강을 평가할 때 보조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간단한 소견이 될 수 있다.

귓불 주름과 뇌혈관 질환을 연결하는 병태생리적 가설은 다음과 같다. 귓불과 뇌 심부 백질은 모두 측부순환이 취약한 말단동맥계 구조를 지닌 조직으로, 만성적인 저관류와 미세혈관 손상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실제로 귓불 주름이 관찰되는 귓불에서는 소동맥의 근탄력섬유증과 혈관벽 비후가 확인되는데, 이러한 변화는 뇌 소혈관 질환에서 나타나는 병리적 소견과 매우 유사하다.

유전성 뇌혈관 질환인 카다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신 연구에서 본 저자가 참여한 연구진은 귓불 주름이 관찰된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뇌 백질 소혈관 질환의 정도가 더 심하고, 종합적인 인지기능 평가에서도 낮은 점수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뇌 백질 소혈관 질환의 정도가 심할수록 귓불 주름이 나타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는 이른바 용량-의존적 관계가 확인됐다.

물론 귓불 주름만으로 치매나 뇌혈관 질환을 진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귓불 주름은 단순한 노화의 흔적이나 미용적 특징을 넘어, 뇌 미세혈관의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고령자나 인지 저하를 호소하는 환자에서 귓불 주름이 관찰된다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뇌의 소혈관 질환의 가능성과, 이에 따라 치매 위험이 증가할 수 있음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박준혁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치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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