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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의 문화광장] 작품을 둘러싼 논쟁들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입력 : 2026. 01.20. 01:00:00
[한라일보] 1989년 어느 날 미니멀아트 작가로 불리는 도널드 저드와 칼 안드레는 무척 화가 나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에이스(Ace) 갤러리에서 작가의 허락도 없이 자신들의 작품을 복제해 전시했기 때문이다. 다음 해 작가들은 미술전문잡지인 '아트 인 아메리카'에 서한을 보내어 에이스 갤러리의 작품은 자신들의 작품이 아니라고 공표했다. 그러나 갤러리와 작품을 소장하고 있던 판자 컬렉션은 다시 제작한 작품을 위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두 작품 모두 너무 크고 무거워 포장과 운송이 어려운 상황에서 판자 컬렉션은 작가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받았던 터라 작품을 다시 제작해서 전시하라고 허락했고, 갤러리도 소장가가 허락했기에 다시 제작해도 문제가 없다고 여겼다. 더욱이 복제한 작품은 전시한 뒤 폐기할 예정이었다.

다른 미니멀아트 작품과 마찬가지로 판자 컬렉션이 소장하고 있던 안드레의 '추락(Fall)'과 작품 제목이 없는 저드의 작품은 작가가 직접 손으로 제작하지 않고 공장에서 작가의 지침에 따라 만들어졌다. 따라서 같은 세부 지침에 따라 만들어졌다면 에이스 갤러리가 다시 제작한 작품을 위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허락을 구했다면 안드레와 저드도 다시 제작하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작가가 여기서 문제 삼았던 점은 다시 제작할 때 작가의 허락을 받았느냐 아니냐이다. 즉 다시 제작된 작품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다시 제작할 때 작가의 개입 여부가 문제였다. 이처럼 미니멀아트는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 제작된다는 획기적인 개념을 현실화한 작품이지만, 이러한 개념 때문에 작가가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두 작가에게는 자신이 부정되는 위협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아무리 미니멀아트 작업이라도 작가의 허락 없이 복제되는 일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개념의 작품에 대응하는 새로운 소장, 관리, 전시 등의 규범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작가, 소장가, 전시기획자 사이에서 작품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전과는 다른 개념과 형식의 작품이 지금도 계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불과 몇 년 전에는 단 하나의 디지털 이미지에 원본이라는 표시를 심어두는 NFT 기술로 원본과 복사본이 존재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디지털 이미지에 원본을 만들어내었다. 최근에는 AI 이미지 생성 도구를 사용해 제작되는 작품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 사이에서 새로운 논쟁이 불붙고 있다.

올해 제주문화예술재단은 AI를 활용한 예술 창작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인공지능(AI) 창작 실험실'이라는 지원사업 유형을 신설했다. 이미 제주도 안에서도 몇몇 작가가 AI를 이용한 작품을 시도하고 있었지만, 이번 지원사업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지원과 더불어 제주도는 얼마나 이러한 예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앞으로 AI와 연관된 작품에 관한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김연주 문화공간 양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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