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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돌담의 미래 (1) 프롤로그] 사라져가는 제주돌담… 살아있는 유산으로 길 찾다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입력 : 2026. 01.02. 00:00:00

제주시 한림읍 동명리 문수동에 허물어진 4·3성담. 지난해부터 이 곳에선 무너진 성담에 돌을 다시 쌓아 복원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돌빛나예술학교 제공

척박한 땅을 버텨온 돌담 공동체 삶과 지혜의 유산
밭담·집담·잣성·원담… 3만㎞에 돌문화 역사 투영
무너지면 다시 쌓던 전통, 기술과 인력 점차 사라져
도, 유네스코 등재 도전


[한라일보] 오래 전부터 제주사람들은 '돌'을 가까이했다. 사계절 부는 강한 바람과 거센 태풍, 화산섬 제주의 척박한 땅에서 살기 위해선 돌을 다뤄야만 했다. 돌이 많은 제주섬 곳곳에 뒹구는 돌로 담을 쌓았다. 거칠고 투박한 검은 현무암, 밝은 색의 조면암, 붉은 송이석, 파도에 둥글게 마모된 몽돌 등 지역마다 돌의 색도 모양도 크기도 달랐다. 이러한 자연 그대로의 돌들을 서로 맞물려 쌓아 올린 돌담은 다양한 형태로 이어져 제주인의 터전에 스며들었다.

초가를 짓거나 돌로 집을 지을 때 벽채를 쌓은 '집담(축담)', 집 주위를 두른 '울담', 길에서 집안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인 올레 양쪽으로 쌓아진 '올렛담', 밭에 쌓아진 '밭담', 성담처럼 밭을 두른 '잣담', 과수원을 둘러쌓은 '과수원담', 한라산을 중심으로 중산간지역 목장에 쌓은 '잣성', 바닷가에 돌을 원형으로 쌓아 고기를 잡는 원시 어로 형태인 '원담', 포구에 돌담을 성처럼 쌓아 파도로부터 배를 안전하게 지키고자 한 '포구담', 해녀들의 '불턱', 묘지를 에워싼 '산담', 제주 해안을 둘러가며 쌓아진 성벽인 '환해장성',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며 쌓은 '방사탑', 4·3때 마을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쌓은 '4·3성담' 등 주거를 비롯 제주의 농업·어로·목축·해녀·장례 등 문화와 역사 속에 그 흔적이 남아있어서다. 지구 둘레의 절반이 넘는 3만6355㎞(제주도 조사)의 길이로 길게 이어진 제주 문화경관인 제주돌담엔 제주인의 삶과 지혜가 담겨있다.



l "제주사람들은 나면서부터 돌챙이"

제주에선 돌조각을 하거나 돌담을 다루는 사람을 '돌챙이'라 불렀다. 적어도 마을에서 축담을 쌓는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돌챙이'라 이름이 따라붙었다. 그러나 "제주사람들은 나면서부터 돌챙이다"라는 옛말이 있듯이 제주돌담에는 제주사람들의 손길이, 즉 '공동체 정신'이 깃들어있다.

20년 넘게 돌을 다뤄온 제주도 건축시공 명장인 조환진 돌빛나예술학교장은 "동네마다 손재주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돌집을 짓는 일을 했는데 그 중에 솜씨가 좋은 사람이 선생이 되어 서로 배우면서 한 채 두 채 돌집을 지었다"며 "밭담은 특정 기술자가 아닌 밭주인이 직접 쌓았는데 무너진 밭담을 보면 타인의 밭일지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쌓아올려주는 것이 제주 사람들의 인지상정이었다"고 전했다.

김유정 제주문화연구소장이 쓴 '제주돌담'에는 "농민인 아버지는 노동요를 부르며 아반의 대지를 갈아엎고, 테우리(목동)인 삼촌은 말 떼를 지키면서 캣담을 쌓았다. 아들인 어부는 갯가의 테우(제주 전통 뗏목)을 보호하기 위해 포구에 방파 돌담을 쌓았다. 마을사람들은 참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돌그물인 원담을 해변에 쌓았다. 좀녀(해녀)인 어머니는 바닷불에 시린 몸을 녹이려고 갯가에 불턱(해녀들의 쉼터)을 만들었다. 마을사람들은 망자의 영혼을 위무하고 저승에서의 안위를 바라며 네모난 산담을 쌓았다"고 담겼다.

김순이 제주문학관 명예관장도 '역사·문화적 맥락에서 본 제주 돌담의 가치'라는 발제문에서 "제주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가정의 대사에 해당되는 혼인, 상례나 마을 일 등은 공동체의 협업으로 해결하는 전통이 있다"며 "이런 공동체 정신으로 마을의 방사탑·원담·성창 등이 축조됐고 나아가 국가의 방위체계인 환해장성, 연대, 성담 등이 마을마다 조성됐고 이에 대한 노동력은 집안에서 한 사람씩 나와서 참여하는 부역으로 이뤄졌다. 굳건한 공동체 연대감에 의해 조성된 제주의 돌담이기에 다른 지역의 돌담과는 확연히 다른 무형적 가치를 발한다"고 말했다.



l 무너져도 다시 쌓고

구멍이 숭숭 나 있어 금방 무너질것만 같은 제주돌담이 거센 태풍이 불어도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무너지면 바로 보수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이 점점사라져가고 있다. 이를 보수할 기술과 인력이 없어지고 있어서다.

그런 가운데 제주돌담의 전통과 문화적 의미를 전승하고 보존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돌담 장인 안기남, 원담 장인 이방익, 초가장 축담 장인 강창석, 돌창고 장인 홍의백 등 돌문화를 대표하는 장인들을 비롯해 제주돌담학교와 돌빛나예술학교, 제주돌담보전회, 전문 석공들의 단체인 제주문화재선공협회 등 돌담 관련 공동체 단체가 사라진 돌담을 복원하거나 허물어진 돌담을 복구하는 활동과 돌담을 보전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무너진 밭담, 울담, 원담, 산담, 4·3 성담, 방사탑 등돌담을 다시 쌓아올리고 있다. 제주시 한림읍 동명리 문수동, 애월읍 상귀리, 한경면 낙천리,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등 마을에서도 돌담 복원·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ㅣ전승주체 공동체 참여·국제협력

앞서 제주도와 제주돌문화공원은 지난 9월 22일 제주 전통 축조 방식인 '제주 돌담 쌓기'를 제주도 무형유산으로 지정했고, 최근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도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단독 등재가 아닌 현재 유네스코에 등재된 돌담 쌓기 종목인 '메쌓기 지식과 기술'에 '제주 돌담 쌓기'를 확대 등재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확대 등재 방식을 활용하면 2028년 이전에 등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쌓기 지식과 기술'은 결합재를 사용하지 않고 돌로 건축물을 짓는 관행을 의미한다. 2018년 그리스를 중심으로 크로아티아, 사이프러스, 프랑스,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웨덴 등 8개국이 최초로 공동 등재했고, 지난해에는 아일랜드, 안도로, 오스트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5개국이 추가로 확대 등재되면서 현재 13개국이 등재돼 있다. 제주 돌담도 흙이나 시멘트 등을 결합재를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돌로 쌓아 올린다는 게 특징이다. 제주 돌담 축조 방식은 한 줄로 쌓는 외담과 양쪽으로 돌을 놓고 가운데를 잔돌로 채우는 겹담이 있다. 돌담 대부분이 외담으로 돼 있다.

도는 확대 등재와 관련해 등재신청서를 작성해 2027년 3월 제출할 예정이다. '제주 돌담 쌓기'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 전승주체인 공동체 참여와 국제 협력이 등재 가능성의 핵심으로 꼽힌다.

하지만 과제도 적잖다. 유네스코가 등재에 있어 '공동체의 삶과 영향을 주고 받는 살아았는 유산'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제주 돌담 쌓기의 전승과 공동체 참여, 그리고 공동체 동의와 국제협력 등을 어떻게 담아낼지가 관건이다. 또 현재 제주의 돌챙이(석공)는 500명 정도 추산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기초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는데다 사라져가는 돌담의 보존에 대한 민관 협업의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박소정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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