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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백하지마' [한라일보] 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애청자다. 방영되는 거의 모든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꾸준히 챙겨볼 정도이니 이제 습관이 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남의 연애를 지켜볼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져서 스스로에게 물어본 답은 이렇다. '남'이라는 타인의 영역을 호기심으로 들여다 보는 거리감과 '연애'라는 생생한 감정의 결을 맞닥뜨릴 수 있는 실재감, 이 두 가지 요소가 내게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 발 떨어져 느낀다는 안도감과 극화된 캐릭터들로부터는 충분하게 느낄 수 없는 핍진성을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발견한다. 혼자 밥을 먹는 순간에 가끔 숟가락을 떨어 뜨리거나 한숨을 쉬며 술 한 잔을 찾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내 눈 앞에는 설렘과 안타까움, 자조와 분노로 얼룩진 채 '사랑'이라는 감정을 스스로의 밖으로 꺼내 놓은 누군가의 모습이 있다. 이걸 단순히 재미있다고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오미(五味)를 느낀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배우 류현경의 장편 연출 데뷔작인 <고백하지마>는 흡사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주는 시고 쓰고 맵고 달고 짠 그 '오미'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영화 '하나 둘 셋 러브'의 촬영이 끝난 현장에서 우연한 사고처럼 시작된 영화<고백하지마>는 누군가의 '고백'이라는 마음의 재채기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탐구한다. NG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시작된 뜬금 없는 고백이 만들어 내는 파장 그렇게 시작된 낯선 관계 속 철썩이는 파열음이 <고백하지마>내내 때로는 유쾌하게 가끔은 쓸쓸하게 울려 퍼진다. 또한 배우 류현경과 김충길이 실명 그대로 출연하는 이 작품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의 감정 연기를 지켜보는 묘미 또한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우리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면서 갖게 되는 의문 중 하나인 '카메라 앞에서 정말 솔직할 수 있을까? 혹시 저 감정은 연기가 아닐까?'를 반대의 시점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배우들은 멜러라는 장르의 옷을 벗을 수 있을까? 연기가 아닌 실제의 감정을 카메라 앞에서 드러낼 수 있을까?' 라는 흥미진진한 관찰자의 시점으로 관객을 데려다 놓는 것이다. ![]() 타인의 마음이 도착해 생긴 파동 위에서 진동하는 것은 홀로 되어 더 뚜렷하게 들리는 내 마음의 소리들이다. 여기에서 <고백하지마>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의 백스테이지 사운드를 차분한 멜로디로 덧붙인다. 누군가에게 선택 받아야 하는 직업, 장기 계획이 어려운 불규칙한 생활 그리고 누군가를 대할 때 습관처럼 써야 하지만 마음의 피부에 뚜렷한 자욱을 남기는 익숙한 가면까지 생생하게 그려지는 <고백하지마>는 캐릭터의 직업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현경과 충길이 연기 없는 세상에서 마주하는 것들이 덤덤하지만 또렷한 <고백하지마>의 또 다른 곡조를 만들어 낸다. 깔깔 대며 시작한 이야기가 꿀꿀해지는데 까지는 채 70분이 걸리지 않지만 영화는 아주 많은 감정의 색들을 담은 꽤 긴 여행을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비유하자면 <나는 솔로>에서 시작해 <환승 연애>로 마무리되는 <고백하지마>는 '혼자에서 다시 혼자'로 가는 여정에 어떤 타인이, 무슨 감정이, 왜 내 마음의 혼란이 있었는지를 옆 좌석에 앉힌 채 어쩌면 나에서 우리가 될 미래라는 그 정처 모를 목적지로 향하는 영화다. 출발 했으니 돌아갈 수 없고 당연히 자주 쓸쓸하며 종종 당황스럽고 가끔은 두근거리는.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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