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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들 한못습지를 걷고 있다. 사진 김정자 벌라릿굴부터 유건에오름까지 겨울 하늘 아래 가을처럼 걸은 하루 화산 지형 걸으며 올해 일정 마무리 [한라일보] 겨울 속 가을 같은 하루, 하늘은 선물처럼 맑고 화창했다. 12월 6일은 2025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마지막 일정인 13차가 있는 날이었다. 버스 안은 이 특별한 순간을 함께 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 '벌라릿굴'에 이르러 굴 이름의 유래에 대한 설명은 매우 독창적인 방식으로 전달됐다. 굴 이름의 '깨지다'라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해설사는 실제 그릇이 깨지는 모습을 사진을 보이며 몸짓으로 표현해 참여자들의 흥미를 끌어올렸다. 동굴의 형성과정과 동굴 안의 생성물들을 듣고 참가자들은 벌라릿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 알벌라릿굴 포제단에 이르러서는 더욱 이색적인 설명이 이어졌다. 안내요원 중 마을 주민인 오영삼 씨는 포제 예법에 대해 설명했다. "제물은 희생이라 하여 익히지 않은 생돼지를 통째로 올리고, 내장과 피는 따로 올린다"고 했다. 그는 직접 제관 역할을 맡아 의례 시연을 보이며 참가자들에게 참여를 독려했다. "집례관이 '국궁 배'라고 외치면 제관들이 절을 하고, 절이 끝날 때마다 집례관이 '으 흥' 하고 반복 세 번 절을 올린다"며 동작 시범을 보였다. 참가자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의례에 따라 몸을 굽혀 함께 절을 올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익숙지 않은 의식 절차에 어색한 표정을 짓고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다. 다음 목적지를 향하며 방금 전 들은 포제의식이 화제가 됐다. 특히 통으로 올리는 돼지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았다. ![]() 참가자들이 벌라릿굴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습지전경이 아름다운 '수산한못'에 이르렀다. 수산한못이 있는 수산평은 고려 원나라 시대에 '탐라통관부'가 설치됐었고 제주에서 처음으로 목축이 시작된 장소다. 이곳에는 가축이 물을 먹었던 넓은 물통과 그 옆에 사람이 사용했던 물통, 또 다른 한쪽 에는 가축의 해충을 방제하던 '부구리통'이 남아 있다. 옛날 이 광야를 누볐던 테우리(목동)들의 고단했을 삶이 겹쳐지며 스쳐 지나갔다. 습지 주변에는 귀한 대접을 받는 전주물꼬리풀이 길게 이삭을 늘어뜨리고 있고 송이고랭이와 택사 등 수생식물들은 계절에 밀려 퇴색됐다. 습지 끝자락에서는 쇠물닭이 여유롭게 먹이를 찾고, 가까운 물가에서는 연꽃을 정리하는 일꾼들의 모습이 이어지며 시선을 분주하게 만든다. ![]() 점심식사 후 참가자들이 에코투어 마지막회 기념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길을 통과해 수산굴에 도착했다. 쇠 철망에 가려진 수산굴을 마주 하니 내부를 보지 못한 아쉬움이 많아졌다. 안내자가 "동굴 암반이 얇아 안전망을 해놨다"고 설명했다. 굴의 길이가 520m로 제주도에서는 세 번째로 긴 동굴이다. 동굴의 규모와 내부 생성물들이 기이 했다. 안내자가 동굴 내부 사진을 펼쳐 보이자 "와~!"하고 함성이 터져 나왔다. 세계자연유산이 주는 가치가 오롯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사려물 습지로 향하며 긴 행렬을 모아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사진기록으로 남겼다. 사려물 앞에 펼쳐진 빌레(암반)를 식탁 삼아 점심을 먹고 주변 경관을 돌아보니 마음과 몸이 치유되는 듯했다. 마지막 목적지 유건에오름을 향하며 안내자는 무엇인가 준비한 물건을 꺼내 머리에 썼다. 조선시대 유생들이 쓰던 모자 유건(儒巾)을 쓴 모습이 의아했다. 모두들 그 모습을 보며 웃는다. 유건을 닮은 오름이 바로 유건에오름이다. ![]() 연꽃열매(연밥) ![]() 산초열매 ![]() 우묵사스레피(수꽃) ![]() <글 김정자(글 쓰는 자연관찰자)>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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