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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벌써 한 해도 더 지난 작년 여름 일이다. 제주 한림의 작은 영화관에서 빔 벤더스(Ernst Wilhelm Wenders)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관람했었다. 빔 벤더스의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배경으로 등장하는 일련의 화장실이 일본 스타 건축가들의 작업이라는 점은 더욱 영화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주인공 '히로야마'역을 맡은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의 연기는 화장실 청소부의 소소한 일상을 아름다운 감동으로 치환한다. 더불어 현실의 삶에서 잊혀있던 존재의 감각을 깨워준다. 한동안 영화의 잔잔한 여운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 도쿄 여행의 목적이 생겼다. 마침내 지난 가을 도쿄 시부야구 17개 화장실 중 몇 곳을 둘러봤다. 첫 방문지는 쿠마 켄고의 '나베시마 마츠타마 공원 화장실'이다. 어린이 놀이터 한편에 서 있는 목재로 마감된 화장실이다. 이용객들께는 민망했지만 마치 사냥꾼처럼 집의 구석구석을 들춰보고 있는데, 공식 투어 프로그램에 의해 도슨트를 따라 여행객들이 몰려왔다. 이미 시부야의 인기 여행 코스가 된 듯했다. 다음은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이토 토요의 '요요기 하치만 공중화장실'을 답사했다. 타일 마감의 원통형 화장실은 낯선 친숙함이 있다. 건축의 뒤편 공원은 퍼펙트 데이즈의 야쿠쇼 코지가 필름 카메라로 '코모레비'(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를 촬영하던 장소다. 벤치에 앉아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볕을 감상했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 아름다운 광경을 쳐다보기라도 했을까? 새삼 무뎌진 감각으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다음 코스는 시게루 반의 '요요기 후카마치코 공원 화장실'로 답사 전에 가장 궁금했던 건축이다. 사용 중일 때는 벽체가 불투명하지만, 평상시에는 투명하게 안이 들여다보이는 첨단기술이 적용된 건축인데, 실망스럽게도 고장이 나 있었다. 내구성 측면에서 공중의 사용에 버티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요요기 공원 인근에는 제주 본태 박물관을 설계한 안도 다다오의 '진구도리 공중화장실'이 있다. 금속 재질의 원형 오브제적 건축으로 경쾌한 느낌을 준다. 이어서 영화 첫 장면에 등장하는 마키 후미히코의 '에비스 히가시 공원 화장실'을 둘러봤다. 하얀 철판으로 만들어진 중정, 벤치, 화장실이 공원의 동선에 꿰어져 있는 작은 도시건축이다. 이처럼 도시 곳곳의 화장실 투어를 하며, 영화 속 주인공처럼 흥미로운 하루를 보냈다. '더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는 2020 도쿄 올림픽을 위해 시작된 공공시설 개선 사업으로, 문화의 레이어를 덧씌워 건축으로 도시의 정체성을 세우는 전략이 모범적이다. 이러한 수법에 더해, 수년이 지난 지금도 여행객이 찾아오는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도 공공디자인 정책에 의미 있는 레퍼런스라 할 수 있다. <양건 건축학박사·가우건축 대표>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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