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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일보] 제주가 조용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한때 '살고 싶은 섬'의 대명사였던 제주가 이제는 점차 '떠나는 섬'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을 기점으로 외지인 순유입은 빠르게 감소했고, 2024년 이후에는 사실상 정체 상태에 들어갔다. 코로나 이전까지 이어졌던 제주 이주 열풍이 진정된 것뿐만 아니라, 오히려 순유출 지역으로 돌아서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더 심각한 문제는 제주 인구 구조의 급속한 고령화다. 현재 제주도의 고령화율은 전국 평균을 넘어섰으며, 특히 읍·면 지역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곳이 적지 않다. 젊은 층의 이탈과 신혼부부의 유입 감소가 누적되면서 농촌 지역의 인구 기반은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과거에는 제주가 도시민에게 은퇴 후 정착지 혹은 '워라밸 라이프'를 위한 이상향으로 주목받았지만, 이제는 생활비 부담, 교통 불편, 의료 접근성 문제 등이 부각되며 되레 외지인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읍·면 지역의 공동화 현상은 이미 여러 형태로 현실화되고 있다. 폐교가 늘고, 마을 단위의 상권이 붕괴되며, 농업·어업 기반 노동력 확보도 어려워졌다. 고령자 중심으로 구성된 마을은 공동체 유지가 힘들어지고, 지역 경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어려워진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제주의 정체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지탱해 온 농촌 지역의 소멸은 더 이상 이론적 우려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그동안 제주가 성장해 온 원동력인 관광 산업조차도 인구 감소의 외부효과를 피하기 어렵다. 배후 노동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지역 소상공인의 활력이 떨어지면 관광의 질적 경쟁력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문화·교육·교통·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사회적 비용도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이제 제주에는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청년층과 가족 단위가 '살고 싶어지는 제주 환경'을 만드는 정책 전환이 필수적이다. 주거 안정, 보육·교육 인프라, 청년 창업·일자리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둘째, 읍·면 지역에 대한 '맞춤형 활성화 전략'이 시급하다.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농촌형 문화 콘텐츠, 스마트농업, 체류형 관광 등 지역 고유의 자원을 산업과 연결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지역 커뮤니티 돌봄 체계 강화'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제주는 오랫동안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을 가진 섬이었다. 그러나 그 매력이 지속가능하려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살아가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제주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인구 역전이라는 경고음은 위기이자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이다. 지금 이 전환의 시기를 놓친다면, 제주는 더 큰 인구 공백과 지역 불균형이라는 장기적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떠나는 제주'가 아닌 '머무르는 제주'를 만들기 위한 대전환이 필요한 때다. <최화열 평택대학교 교수>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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