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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양’이 무슨 말입니까? [한라일보] "1000년 전 어느 날 중국 쪽에서 1개의 봉우리가 제주도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는데 한림 앞바다에 이르렀을 때 한 여인이 굉음에 놀라 집 밖으로 나갔다가 이를 보고 가만히 있으면 마을과 부딪칠 것 같아 멈추라고 소리쳤으며 이로 인해 지금의 위치에 떨어져 섬이 됐다고 한다. (문장 일부 고침)" 어느 인터넷 사전에 쓰여 있는 이야기다. 비양도 선착장에 내리면 큰 안내판들이 설치돼 있다. 그중 '살아있는 화산박물관 비양도'와 '하늘에서 날아온 섬-비양도'라는 제목의 안내 간판도 있다. 여기에는 "비양도는 '하늘에서 날아온 섬'을 뜻하는 이름"이라고 돼있다. ![]() 벼랑 끝에 해당하는 비양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한라산, 바로 앞에 한림 시내가 보인다. 비양도의 '비양'이라는 지명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이렇다 할 설명을 하는 전문가가 없다. 그러니 위와 같은 이상한 설명이 난무하는 것이다. ‘펄랑못’, 벼랑 가까운 못 이 지명은 1432년 세종실록지리지에 '비양도(飛揚島)'라 기록한 이래 1531년 신증동국여지승람, 1653년 탐라지에 역시 '비양도(飛揚島)' 등 꾸준히 같은 이름으로 나온다. 그러다가 18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동지도, 1721년 제작된 영주산대총도 등에는 '비양도(飛陽島)'라 했다. 한자표기가 달라진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1861년 대동여지도에는 '비양(飛揚)', 20세기 초반 조선지형도에는 '비양도(飛陽島)'로 표기했다. 여러 사례가 검색되지만 핵심은 한자표기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다만 그 발음은 '비양'으로 변함이 없다. 따라서 이 '비양'이라는 지명은 그렇게 부른다는 것이지 그 뜻과는 무관하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 비양도의 '펄랑못', 길이 500m, 폭 50m의 넓은 못으로 비양도의 지명과 관계가 있다. 최근 한국연안협회가 발간한 '비양도연안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이 펄랑못은 길이 500m, 폭 50m, 면적 5만3000㎡(약 1만 6060평)나 되는 넓은 못이다. 연못의 수위는 밀물일 때는 높아져 바닷물이 됐다가 썰물이면 다시 수위가 낮아지면서 담수가 되는 염습지다. 염분농도는 20.8~23.4‰이다. 일반적인 해수 염분농도 34~35‰에 비하면 상당히 낮다. 원래 바다였으나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심한 해일 피해를 봐서 제방을 쌓아 생긴 호소라고 알려져 있으나 실은 이전부터 있던 못이다. 그런데 이 못을 지역에서는 '펄랑물'이라고 부르는데, 그 뜻은 뻘(펄)이 있는 물을 가리키는 것으로 아는 것 같다. 물론 이곳에 뻘(펄)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펄랑못 원래의 뜻은 이와 다르다. '벼랑못' 즉, 벼랑이 있는 곳에 있는 못이라는 뜻이다. 그 이유는 펄이 있는 못이라면 왜 펄개라고 하거나 그와 유사한 이름을 두고 펄과는 음운상에서 거리가 있는 '펄랑'이라고 했을까 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 '펄랑못'은 '비양'이라는 지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 비양오름, 경사가 급한 벼랑 아래에 펄랑못이 있다. 사진=김찬수 ‘비양’, 벼랑의 한 방언 우선 비양도, 비양봉, 비양오름이라고도 하는 이 섬의 지명에 들어있는 '비양'이 무슨 뜻인가 하는 의문을 푸는 데서 실마리를 풀어 나가는 게 순리일 듯하다. '비양' 관련 지명어는 1900년대 초·중반 채록한 방언을 보면 '벼랑'의 한 방언으로 나타난다. 벼랑을 지시하는 방언은 '벼랑', '베루', '벼락', '비탈', '낭', '엉, '절벽'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그중 '벼랑' 계열은 다음과 같다. 우선 '벼랑'으로 쓰는 지방은 경기도 충남 황해도의 일부다. '베랑'으로 쓰는 곳은 상당히 넓은 지역에 분포하는데, 경기도 강원도 충남 전남북 경북 황해 함남 평남 평북에까지 미쳤다. '베렝이'라고 쓰는 곳은 함남, '베레이' 함남 함북 일부다. '비랑'은 강원 충북 경북 함남 일부, '비렝'은 경북 일부, '비렝이' 함북 일부, '비량'은 함북 일부다. 그리고 '비양'이라는 방언으로 함북의 종성과 경원에서 쓰였다. 그 외 '비낭', '빈양', '빈넹', '비앙' 등으로 쓰는 곳이 있었다. ![]()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비양도는 벼랑이 있는 섬이라는 뜻이다. 비양오름 혹은 비양봉 역시 벼랑이 있는 오름 혹은 봉우리를 의미하며, 펄랑못은 벼랑이 가까이 있는 못이라는 뜻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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