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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용의 목요담론] 중요한 것은 수면 아래에 있다
김미림 기자 kimmirimm@ihalla.com
입력 : 2025. 11.06. 01:00:00
[한라일보] 살다 보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뉴스를 보거나 일상에서 흔히 '빙산의 일각이다'라는 표현을 듣는다. 이 말은 어떤 상황에서 드러난 사실은 일부에 불과하고, 그 이면에 더 많은 것이 숨겨져 있을 때 사용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빙산은 전체의 약 10%만이 수면 위로 드러나 있고, 나머지 90%는 수면 아래에 숨어 있다고 한다. 즉, 보이지 않는 90%가 수면 위의 10%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빙산의 크기와 형태가 제각각이듯,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도 마찬가지다. 도시마다 고유한 입지와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전체를 지탱하는 기반이 있다는 점에서 빙산과 닮았다. 도시를 유지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요소들 역시 대부분 '수면 아래'에 있다.

물리적 시설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 행정체계, 시민의식과 공동체 신뢰와 같은 '보이지 않는 기반'이 있어야 도시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지속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다. 도시를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건물과 거리를 채운 구조물들이다. 그러나 도시를 실제로 움직이는 힘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다. 상수·하수관로, 전기선로, 통신선로, 가스관 등 지하에 깔린 기반시설이 한순간만 멈춰도 우리의 일상생활은 큰 불편에 직면한다. 겉보기에 멋있고 세련된 건물이 아무리 많아도, 보이지 않는 기반이 흔들리면 도시의 세련됨은 퇴색되고 만다.

예를 들어 전기 공급 방식을 보자. 과거에는 전봇대를 세워 전선을 공중에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에 신규로 조성되는 주거단지들은 전력선과 통신선, 상하수도, 도시가스관을 공동구에 묻어 지하에 배치한다. 덕분에 전봇대 없는 거리는 시야가 트이고, 도시 경관도 한층 깔끔해진다. 보이는 것들을 '보이지 않게' 정비했을 때 도시의 품격이 달라진다는 좋은 예다.

앞으로의 도시는 지상과 지하,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조화 속에서 발전해야 한다. 빙산이 수면 위와 아래의 균형을 통해 존재하듯, 도시는 시설과 제도, 공간과 시민의식의 균형을 통해 지속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소홀히 하면 결국 눈에 보이는 것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에 걸맞은 시설을 확보해줘야 하고, 확보된 시설들은 사용자들의 이용권 측면에서의 균형과 조화뿐만 아니라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는 공동체 문화, 도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시민의식도 함께 키워야 한다.

빙산이 보이지 않는 아래쪽에서부터 떠받쳐지듯, 도시는 그 아래의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을 때 비로소 단단히 서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토대가 형성되고 지속돼야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살기 좋은 곳, 살고 싶은 곳이 될 것이다. <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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