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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의 월요논단] 제주 예술의 지속가능한 창작 환경과 정책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입력 : 2025. 10.20. 02:30:00
[한라일보] 제주는 '문화예술의 섬'이라 불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예술인들은 여전히 고난의 행군 중이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전업 예술인들의 생존권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지적은 제주 예술계가 당면한 과제로, '예술인의 노동권 보호'와 '창작 공간 및 정책 기반'에 대한 관심을 요구하고 있다.

우선 예술인의 노동권 보호란 무엇인가. 제주에서 예술 활동을 주업으로 하는 예술인들의 평균 소득은 매우 낮은 수준이며, 소득 자체가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생겨난 말이다. 예술이 고상한 취미로 여겨져 왔던 오랜 관행으로, 창작 활동이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기관이 주도하는 지원사업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의 예술창작 지원금은 주로 재료비, 전시장 임차료, 도록 등 사업 수행 경비에 집중돼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국가시책에 따라 작년부터 '본인 사례비(아티스트 피)'를 정산 항목에 추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금의 10%(상한금액 100만원)로 제한하고 있어 예술인의 생계를 위한 노동의 대가로 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두 번째 창작 공간 지원정책의 실상은 어떤가. 제주도가 도내·외에 예술 인프라를 늘리고 있지만 예술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백억이 소요되는 미술관과 전시관 등 공공 전시 시설은 증가하고 있으나 예술인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창작 공간은 여전히 부족하다. 제주시의 '예술인 창작공간 지원사업'은 도심 공동화 방지에 기여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낡은 건물의 임대료를 상승시켜 건물주만 이익을 보게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예술창작 지원금이 전시장 임차료에 치중돼 예술인을 위한 지원인가 아니면 부동산 임대료 지원인가 헷갈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이주 청년 작가들과 제주지역 예술 생태계의 공존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외부에서 유입된 예술인들의 활동 증가에 따라 이들에 대한 지원정책의 실효성 및 지역 토착 예술과의 융합 또는 갈등 양상 등도 제주 예술의 미래를 위해 고려할 사안이다. 제주가 '고립된 문화예술의 섬'이 아닌 환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문화예술의 플랫폼 역할을 하기 위해 타 지역의 예술인들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지속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도내 예술인 지원사업의 지원자격을 보면 '제주도에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둔 예술인'으로 제한하고 있어, 출향 예술인을 비롯해 타 지역 공동체와 해외 미술가 집단 사이의 교류 사업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제주 문화예술의 지속가능성과 이를 위한 창작 환경 개선은 지방 정부와 의회 그리고 문화 기관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제주 예술 지원사업의 집행을 위한 중추 타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간의 노고를 격려하며, 제주 예술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차별화된 선도적 정책안 개발을 기대한다. <김영호 한국박물관학회 명예회장·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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