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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현영종의 백록담] 캄보디아 사태, 정부의 직무유기가 키웠다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입력 : 2025. 10.20. 01:00:00
[한라일보] 며칠 전 캄보디아로 출국하려던 10대 대학생 A군이 항공사 직원의 설득 끝에 집으로 돌아갔다. A군은 비상여권과 함께 편도항공권만을 소지한 상태였다. A군은 왕복항공권을 끊고 다시 출국 수속을 하던 중 공항 안내데스크에 112로 신고를 부탁하면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15일엔 캄보디아행 항공기에 탑승하려던 30대 B씨가 경찰에 의해 출국을 저지당했다. 16일엔 탑승 게이트 앞에서 불심 검문을 하던 경찰이 캄보디아로 출국하려던 20대 C씨를 제지, 3시간가량 조사 후 귀가 조치했다. C씨는 출국 목적을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C씨의 범죄 혐의점을 확인하기 위해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17일부터 인천공항에서 캄보디아로 출국하는 국민들에게 위험을 안내하고 있다. 법무부 자동 출국심사대를 통과할 때 모니터 화면에 안내 문구·영상이 표출된다. 무인 심사대에서도 출입국 관리공무원이 주의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다. 경찰 또한 경찰관을 배치, 이상 여부를 살피고 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캄보디아에서 감금·고문당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었지만 정부 당국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이 같은 범죄가 2~3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고 주장한다. 한 선교사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범죄 단지에 감금당한 한국인을 30~40명 구조했다"며 "올해는 구조자가 5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사태는 지난 8월 8일 캄폿주 보코산 인근 차량 안에서 20대 대학생 박모 씨가 숨진채 발견되면서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숨진 박 씨는 지난 7월 17일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변을 당했다. 경찰은 박 씨를 캄보디아로 보낸 국내 대포통장 모집 조직의 주범을 검거했다. 이들에게 박 씨를 소개해 준 대학생도 검거, 범행 전모를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경찰에 접수된 캄보디아 관련 실종·감금 의심 사건은 14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91건은 소재와 신변 안전이 확인됐다. 반면 나머지 52건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제주경찰 또한 이와 관련해 5건을 수사 중이다. 하지만 실제 규모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실체적 조사와 더불어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필요하다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제재에 나선 미국·영국과의 공동보조도 필요하다. 배후로 의심되는 캄보디아 프린스그룹의 국내 자산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물론 필요한 조치도 검토해야 한다. 더불어 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는지, 사실 확인이 늦어졌는지를 살피고, 근원적 해법도 고민해야 한다. 해외 공관·정보 기구·경찰 조직을 재정비하고, 느슨해진 기강도 다시 한번 조여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직무유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땅에서 이런 비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현영종 편집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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