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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6주년/ 제주 미식관광 어디까지 왔나] (2)향토음식 육성·지원
“지역성을 갖는 한식의 원형”… 관광 명소 육성 실천을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5. 10.19. 19:38:00

부정숙 제주향토음식 명인이 지난달 '쿠킹스튜디오 식탐'에서 '제주향토음식 창업요리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진선희기자

도, 향토성·위생 관리·서비스 심사 기준 향토음식점 지정
보말국·흑돼지구이·갈치국 등 제주시·서귀포 61곳 운영
“오일장 연계 식재료 구매·향토음식 체험 상품 가동” 제언

[한라일보] 군소꼬치구이, 굼벗소라볶음, 보말바지락된장찌개, 성게단호박타락죽, 성게용과죽, 더덕문어볶음, 보말고구마조림…. "해녀들이 수확한 해산물과 제주 농수축산물의 조합"으로 탄생한 음식들이 화면 가득 펼쳐졌다. 레시피를 개발한 이는 부정숙 제주향토음식 명인이다. 부정숙 명인은 "해녀들이 목숨을 담보해 자연 상태의 것을 가장 선도 높은 환경에서 채취한 귀중한 식재료"를 바탕으로 원재료 이상의 부가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요리 연구 결과물을 공유했다.

'비짓제주'에서 소개한 '제주 7대 향토음식'. 사진은 갈치국. 제주관광공사 제공

고기국수. 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도가 보증한 음식점… 홍보 등 사후 관리 강화를=지난 9월 제주시 아라2동에 있는 '쿠킹스튜디오 식탐'. 이곳에서 부정숙 제주향토음식 명인이 진행하는 '제주음식 인문학과 함께하는 제주향토음식 창업요리교실'이 열렸다. '제주 해녀 음식 문화'에 대한 강의로 문을 연 부정숙 명인은 약 20명을 대상으로 연둣빛이 나는 '전복성게죽', '색 빨간 뭉게죽(문어죽)' 등을 선보이며 3시간에 걸친 요리교실을 이어갔다. 조리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향토음식'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본 수강생들은 휴대전화에 요리 과정을 담는 등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최근 1년간 제주를 찾은 국내 방문객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실시한 온라인 설문 조사(2025년 10월 공개된 '제주 MZ 관광 발전 방안 연구') 내용을 보면 제주 체류 중 목적지를 선택할 때 고려 사항(다중 응답 허용)으로 '음식(맛집 탐방)'을 택한 응답률(23.1%)이 가장 높았다. '자연 풍경 감상'은 19.2%로 그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들며 "제주만의 독특한 향토음식과 맛집 문화를 체계적으로 육성·홍보해 미식 관광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빙떡. 제주관광공사 제공

성게국. 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도는 2013년 전국 광역 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향토음식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연차별 세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지역이지만 제주를 선뜻 '미식의 도시'라고 부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제주도에서 갈치국, 고기국수 등 제주의 대표적인 향토음식 20가지를 정해 표준 레시피와 상차림 책자를 제작하는 등 제주 음식 문화를 알려 왔지만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도 의문이 든다.

이런 가운데 보말국, 흑돼지구이, 돔베고기, 갈치구이 등 음식점 특성에 맞게 주메뉴를 판매하고 있는 제주도 지정 향토음식점은 제주 정체성이 담긴 음식 문화를 손쉽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올 7월 말 기준 도내 지정 향토음식점은 제주시 48개소, 서귀포시 13개소 등 총 61개소다.

'제주특별자치도 향토음식 육성 및 지원 조례'에 따른 '향토음식'은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하거나 지역의 독특한 조리법으로 조리되어 지역 고유의 맛을 내는 향토색 있는 음식과 이를 기본으로 개발된 새로운 음식을 포함"한다고 했다. 이에 근거해 제주도는 향토음식점을 지정하고 사후 관리에 나서고 있다. 향토성, 위생 관리, 서비스를 기준으로 심사하고 향토음식 주요 취급 메뉴가 변경되는 등 사유가 생기면 지정이 취소되는 등 제주도에서 보증하는 음식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옥돔구이. 제주관광공사 제공

자리물회. 제주관광공사 제공

한치물회. 제주관광공사 제공



▶축제 음식 바가지 논란에 향토음식 이미지 악영향 우려='제3차 제주특별자치도 향토음식 육성 기본계획'(2023~2027)에서는 "향토음식은 지역성을 갖는 한식의 원형"으로 식자재 산업, 관광 산업, 문화 콘텐츠 산업의 동반 성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지역에서 직접 생산한 신선하고 안전한 제철 농산물로 만든 향토음식을 통해 식품 안전을 보장하고 건강한 음식 문화를 확산할 수 있는 점도 꼽았다. 제주관광공사 등과 연결한 제주도 지정 향토음식점에 대한 홍보 강화도 강조했다.

현실은 어떨까. 제주도는 향토음식점을 제주 관광의 새로운 먹거리 관광 명소로 육성하겠다고 밝혀 왔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 모습이다. 제주도 공식 관광 정보 포털인 '비짓제주'만 살펴봐도 그렇다. "꼭 경험해야 할 제주 명품" 중 하나로 자리돔물회, 갈치국, 성게국, 한치(오징어)물회, 옥돔구이, 빙떡, 고기국수 등 '제주의 7대 향토음식'을 다루면서 그것들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들을 상세히 안내했는데 일부는 향토음식점이 빠져 있다. 더욱이 이번 정보는 2022년 5월 기준으로 작성되는 등 업데이트되지 않아 지정 이후 사후 관리에 대한 구체적 방향성을 되짚게 한다.

향토음식 명인·장인 등에 대한 지속 가능한 육성, 지원책 마련도 과제로 지적된다. 명인이 교육생 모집부터 정산까지 도맡아야 하는 창업요리교실의 실효성, 장인·전수자에 대한 별도 지원 내용 부재 등은 재고할 대목이다.

제주한라대 교수로 재직하며 제주향토음식연구소를 이끌었던 오영주 제주도 무형유산위원회 위원장은 "제주 음식은 한식과 차별화된 식문화 자원이 풍부하고 청정 식자재에 대한 소비자의 안전·안심 인지도가 높지만 제주 음식의 상품화 품목 다양성이 부족하고 제주 음식 스타 셰프가 드문 것 등은 약점"이라고 했다. 실제 제주도의 향토음식 목록에 주식류 91종, 부식류 281종 등이 올라 있지만 지정 향토음식점 주메뉴는 40여 종 정도다. 오 위원장은 제주 음식 자원의 경쟁력 확보 전략으로 ▷고령화 사회에 따른 고령 친화형 음식·서비스 시스템 개발 ▷스타 셰프 양성을 통한 제주의 맛 확산 ▷제주 음식 문화 스토리텔링과 연계 상품 개발 등을 제시했다.

부정숙 명인은 다른 지역 음식 연구자들과 교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오일장과 연계한 향토음식점 활성화 방안을 꺼냈다. "탐라문화제 김밥 논란 등 제주 관광과 음식이 연관돼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제주향토음식이 저평가되는 것 같다"는 부 명인은 "오일장이 열리는 날에 시장에 가서 제주산 식재료를 둘러보거나 구매한 뒤 인근 향토음식점을 방문해 음식을 직접 맛보는 프로그램을 지역별로 나눠 운영하는 등 향토음식에 대한 관광객들의 인식 개선이 절실한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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